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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을 하루에 열 번씩 보던 시절: 확인하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더라고요 하루에 몇 번이나 확인했는지 세어봤어요한동안 저는 환율을 하루에 열 번 넘게 봤어요. 수입은 달러로 들어오는데 지내는 나라의 물가는 그 나라 돈으로 계산되니까, 숫자 하나가 움직이면 제 한 달이 달라지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 일하다 보고, 자기 전에 또 봤어요.환율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뉴스에서 경기 이야기가 나오면 끝까지 읽었고, 업계 소식도 챙겨 봤어요. 답을 기다리는 메일이 있으면 메일함을 몇 분마다 새로 고쳤고요. 그때는 이게 상황을 파악하는 성실함이라고 생각했어요.그렇게 된 계기는 있었어요. 한 도시에 몇 달 머무는 동안 환율이 꽤 움직인 적이 있는데,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눈에 띄게 줄었거든요. 장을 볼 때마다 계산이 안 맞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이 숫자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2026. 5. 23.
한국에 갔더니 카페에서 일이 안 됐어요: 알아듣는 말이 제일 시끄러웠습니다 한국에 갔더니 일이 안 됐어요오랜만에 한국에 갔을 때예요. 며칠 있는 동안에도 일은 해야 해서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았어요.그런데 진도가 안 나갔어요. 두 시간을 앉아 있었는데 평소 한 시간이면 하던 걸 못 끝냈어요.이상했어요. 밖에서는 시끄러운 카페에서도 잘 앉아 있었거든요. 오히려 조용한 데보다 나은 날도 있었고요.그날은 그냥 컨디션 문제라고 넘겼어요. 그런데 다음 날도 같았어요.그날 결국 자리를 옮겼어요. 다른 카페로 갔는데 거기서도 비슷했어요. 두 군데를 돌고 나서 숙소로 돌아왔어요.한국에 있는 며칠은 일정이 빠듯해서 그 시간을 놓치면 곤란했어요. 그래서 더 조바심이 났고요.시차 탓인 줄 알았어요처음에는 시차라고 생각했어요. 온 지 며칠 안 됐으니 그럴 만하잖아요.그런데 시차가 풀리고 나서도 똑같.. 2026. 5. 22.
영양제를 사다 달라는 부탁을 받고서야 병 뒷면을 읽었어요 사다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미국에 계신 김에 영양제를 좀 사다 달라는 이야기였어요. 한국보다 값이 싸고 종류도 많다고 들었다면서요. 어렵지 않은 부탁이라고 생각했어요. 마트에 가서 집어 오면 되는 일이니까요.그런데 매장에 가서 막상 고르려니 손이 안 움직였어요. 같은 이름의 제품이 수십 가지였고, 값도 몇 달러짜리부터 수십 달러짜리까지 있었어요. 제 걸 살 때는 대충 집었는데, 남에게 줄 걸 고르려니 아무거나 집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날 저는 빈손으로 나왔어요.미국 것을 부탁하는 이유는 대체로 비슷해요. 용량이 크고 값이 싸다는 이야기를 들으셨거든요. 실제로 큰 통 하나 값이 한국에서 작은 통 사는 값과 비슷한 경우가 있어요. 저도 처음 왔을 때 그게 신기.. 2026. 5. 21.
도시를 옮겼더니 발이 아팠어요: 몇 주 동안 제 몸만 의심했습니다 도시를 옮기고 나서 발이 아팠어요몇 달 지내던 곳에서 다른 도시로 옮긴 뒤였어요. 2주쯤 지나니 저녁마다 발이 묵직했어요.아침에 일어나 첫발을 딛을 때가 제일 뻐근했어요. 몇 걸음 걷고 나면 괜찮아지는데 그 처음 몇 걸음이 매일 신경 쓰였어요.처음에는 많이 걸어서 그런가 했어요. 새 도시라 여기저기 다녔으니까요. 그런데 며칠 안 나가고 지낸 주에도 똑같았어요.그러면 나이인가 싶었어요. 40대가 되고 나서는 뭐가 불편하면 일단 그쪽부터 의심하게 되더라고요.낮에는 잘 모르다가 저녁이 되면 드러나는 것도 특징이었어요. 일하는 동안에는 신경을 안 쓰다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 알겠더라고요.그 시기에 다른 걸 여럿 바꿔보기도 했어요. 자는 시간을 늘려보고 걷는 거리를 줄여봤어요. 그런데 어느 것도 뚜렷한 차이가 없었.. 2026. 5. 20.
남자가 무슨 선크림이냐던 내가 아침마다 챙겨 바르는 이유 거울 속 눈가 잡티를 발견한 날몇 년 전 캘리포니아로 장거리 로드트립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며칠 내내 강한 햇살 아래서 운전을 했고, 돌아와서도 창가 자리에서 오후 햇빛을 받으며 일하는 날이 이어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세수를 하다가 거울 속 제 얼굴에서 낯선 걸 발견했어요. 눈가 주변에 전에 없던 칙칙한 잡티가 몇 개 생겨 있었어요. 솔직히 그때까지 저는 선크림을 바르는 남자가 아니었어요. 남자가 무슨 선크림이냐는 생각으로 평생 맨얼굴로 햇볕을 받고 다녔거든요. 여름 바닷가에서 어깨가 벗겨질 정도로 타도 며칠 지나면 돌아오니까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얼굴은 더더욱 신경 쓴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잡티를 보는 순간, 이게 단순히 나이 탓이 아니라 그동안 얼굴을 방치해온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어.. 2026. 5. 19.
넉 달을 살고 떠나는 날에야 그 골목 소리를 들었어요 몇 달 살았는데 그 동네 소리를 몰랐어요한 도시에서 넉 달을 지내고 떠나던 날이었어요. 짐을 다 싣고 마지막으로 그 골목을 걸어 나왔어요.그때 처음으로 그 길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어요. 어느 집에서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멀리서 새가 울었어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도 들렸고요.넉 달 동안 하루에 두 번씩 지나던 길이에요. 그런데 그 소리를 그날 처음 들었어요.그동안 저는 늘 귀에 뭔가를 끼고 있었거든요.그 골목이 조용한 편이라 원래도 들을 게 많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더 이상했어요. 그 적은 소리마저 넉 달 동안 한 번도 안 들었다는 거잖아요.떠나는 날이라 마음이 좀 느슨했던 것도 있어요. 일이 다 끝났으니 급할 게 없었고요. 평소에는 그 길을 늘 뭔가에 늦은 사람처럼 걸었어요.먹먹한 느낌이 먼저.. 2026.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