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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점검4

월말 30분이 만든 것: 바쁘기만 하고 남는 게 없던 해를 끝내며 1년이 어떻게 갔는지 몰랐어요어느 해 연말에 한 해를 정리해 보려고 앉았다가 당황했어요. 올해 무슨 일을 했는지 떠올리는 데 한참이 걸렸거든요. 분명 쉬지 않고 일했는데 기억나는 건 최근 2~3달뿐이었어요. 봄에 무슨 프로젝트를 했는지, 그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가 흐릿했어요. 메일함을 뒤져가며 기억을 되살려야 했어요.그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 일하면 성장이든 정체든 알려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조직에 있으면 분기 평가나 연말 리뷰 같은 절차가 있어서 강제로라도 돌아보게 되는데, 저에게는 그런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러니 1년이 그냥 흘러간 거예요. 바빴다는 감각만 남고 실체는 없는 상태였어요.그래서 그 다음달부터 월말에 30분을 비워두기 시작했어요. 거창한 회고는 아니고, 이번 달을 짧게 돌.. 2026. 8. 13.
허리띠 구멍이 한 칸 밀렸어요: 체중계 없이 지내며 만든 기준 허리띠 구멍이 한 칸 밀렸어요어느 날 아침에 옷을 입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 늘 쓰던 허리띠 구멍이 아니라 한 칸 바깥쪽을 쓰고 있는 거예요. 언제부터 그랬는지 기억도 안 났어요. 아마 몇 주 전부터 조금씩 그러다가 그날 처음 알아챈 것 같아요. 저는 그때 여행 중이라 체중계가 없었고, 마지막으로 몸무게를 잰 게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했어요.놀란 건 살이 쪘다는 사실보다 제가 몰랐다는 사실이었어요. 매일 거울을 보는데도 몰랐어요. 조금씩 변하는 건 눈에 안 보이거든요. 거울 속 얼굴은 늘 어제와 비슷하니까요. 몸의 변화는 그렇게 조용히 진행되다가, 허리띠 같은 물건이 알려줄 때가 되어서야 드러나요.사진을 보고 알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몇 달 전 사진과 최근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면 거울로는 안 보이던 .. 2026. 8. 9.
4층 계단에서 숨이 찼던 날: 체력을 재는 저만의 기준 숨이 찬 게 이상하다고 느낀 날유럽의 오래된 건물에 숙소를 잡은 적이 있어요.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이었어요. 짐을 들고 올라가는 첫날은 당연히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짐 없이 맨몸으로 올라가는데도 3층쯤에서 다리가 무겁고 숨이 차더라고요. 계단 참에서 잠깐 멈춰 숨을 고르는 저를 발견하고 좀 당황했어요. 그때까지 저는 제가 체력이 괜찮은 편이라고 믿고 있었거든요.생각해 보니 근거가 없는 믿음이었어요. 저는 달리기를 꾸준히 했고 걷기도 많이 했어요. 그러니 체력은 문제없을 거라고 여겼죠. 그런데 평지를 달리는 것과 계단을 오르는 건 다른 일이었어요. 평지에서 쓰는 근육과 몸을 위로 밀어 올릴 때 쓰는 근육이 같지 않다는 걸, 4층 계단이 알려준 거예요.나이도 한몫했을 거예요. 이.. 2026. 8. 7.
아무도 내 일을 봐주지 않는다는 것 사장이면서 직원이에요일을 스스로 꾸린다는 건 사장이면서 동시에 직원이라는 뜻이에요. 위에 보고할 상사도 없고, 옆에서 같이 일할 동료도 없고, 아래에서 일을 나눠 받을 사람도 없어요. 결정을 내리는 것도 저고, 그 결정대로 실제로 일하는 것도 저예요. 처음 이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그게 다 좋아 보였어요. 눈치 볼 사람도 없고, 회의도 없고, 제 시간을 제가 정하니까요. 회사를 다닐 때 그렇게 벗어나고 싶던 것들이 다 사라졌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어요. 그 사라진 것들 중에 사실 저를 도와주던 것도 꽤 많았다는 걸요. 저는 회사가 없어졌으면 하는 것만 기억했지, 회사가 조용히 해주던 일들은 생각도 못 했어요. 막상 그게 없어지고 나서야 그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보였어요.아무도 내 일을 봐.. 2026.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