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면서 직원이에요
일을 스스로 꾸린다는 건 사장이면서 동시에 직원이라는 뜻이에요. 위에 보고할 상사도 없고, 옆에서 같이 일할 동료도 없고, 아래에서 일을 나눠 받을 사람도 없어요. 결정을 내리는 것도 저고, 그 결정대로 실제로 일하는 것도 저예요. 처음 이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그게 다 좋아 보였어요. 눈치 볼 사람도 없고, 회의도 없고, 제 시간을 제가 정하니까요. 회사를 다닐 때 그렇게 벗어나고 싶던 것들이 다 사라졌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어요. 그 사라진 것들 중에 사실 저를 도와주던 것도 꽤 많았다는 걸요. 저는 회사가 없어졌으면 하는 것만 기억했지, 회사가 조용히 해주던 일들은 생각도 못 했어요. 막상 그게 없어지고 나서야 그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보였어요.
아무도 내 일을 봐주지 않아요
가장 크게 실감한 건 아무도 제 일을 봐주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회사에서 일할 때는 제가 뭘 만들면 누군가 한 번은 봤어요. 상사가 검토하거나, 동료가 슬쩍 봐주거나, 적어도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이상한 게 걸러졌어요. 그때는 그 과정이 귀찮았어요. 왜 이렇게 확인을 많이 하나 싶었죠. 그런데 저 혼자가 되니 그 과정이 통째로 없어졌어요. 제가 만든 걸 아무도 안 보고 그대로 세상에 나가요. 한번은 작업을 넘기고 나서 뒤늦게 실수를 발견한 적이 있어요. 회사였다면 검토 단계에서 누군가 금방 잡았을 사소한 실수였어요. 그런데 저 혼자 하니 잡아줄 사람이 없어서 그대로 고객에게 갔어요. 그 실수를 수습하면서 알았어요. 그동안 저를 지켜준 게 제 실력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눈이기도 했다는 걸요. 혼자가 되고 나서야 그 눈들이 얼마나 많은 걸 막아주고 있었는지 알았어요.
잘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또 하나 힘든 건 제가 잘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거예요. 회사에서는 좋든 싫든 평가가 있었어요. 상사가 잘했다고 하거나, 부족하다고 하거나, 하다못해 표정으로라도 신호를 줬어요. 그런데 혼자 하면 그런 게 없어요. 일을 넘겨도 대체로 조용해요. 고객이 별말 없으면 만족한 건지, 그냥 넘어간 건지 알 수가 없어요. 문제가 있을 때만 연락이 오고, 잘했을 때는 대개 아무 말이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연락이 오면 오는 대로 덜컥 겁이 났고,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이게 맞나 싶었어요. 늘 애매한 상태에 있었어요. 잘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칭찬을 받고 싶다는 게 아니에요. 내가 지금 어디쯤 서 있는지를 알려줄 기준이 없다는 게 생각보다 불안했어요. 회사에서는 그 기준을 남이 대신 세워줬는데, 이제는 그것마저 제가 만들어야 했어요.

스스로 검토하는 사람이 되기
그래서 저는 없어진 그 눈을 제 안에 다시 만들어야 했어요. 대단한 방법은 아니에요. 일을 다 하고 바로 넘기지 않아요. 하루쯤 묵혔다가 다음 날 남의 것을 보듯 다시 봐요. 만든 직후에는 안 보이던 게 시간이 지나면 보이거든요. 넘기기 전에 제가 자주 하는 실수들을 한 번 훑는 목록도 만들어뒀어요. 예전에 놓쳤던 것들을 적어둔 거예요. 같은 자리에서 두 번 넘어지지 않으려고요. 이건 회사에서 여러 사람이 나눠 하던 걸 저 혼자 떠맡는 셈이에요. 그래서 시간이 더 걸려요. 혼자라서 일이 빨리 끝날 것 같지만, 만드는 것부터 검토까지 다 저 혼자 하려니 오히려 더 오래 걸릴 때도 많아요. 자유롭게 일하는 대신 이 몫은 온전히 제가 감당해야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이게 억울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냥 이 일의 일부라고 받아들여요. 넘기기 전에 하루를 묵히는 이 습관 하나가 그동안 크고 작은 실수를 여러 번 막아줬어요. 급한 날에는 이 하루가 아깝지만, 그 하루 덕에 넘긴 뒤에 사과할 일이 줄었으니 결국 남는 장사예요.
그래도 놓치는 것들
솔직히 이렇게 해도 다 잡히지는 않아요. 제 눈으로 제 실수를 보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애초에 제가 모르니까 실수인 거고, 모르는 건 아무리 다시 봐도 잘 안 보여요. 남이 보면 단번에 보일 게 저에게는 끝까지 안 보이기도 해요. 그래서 요즘은 가끔 다른 사람에게 봐달라고 부탁해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슬쩍 보여주고 의견을 구하는 거예요. 예전에는 그게 자존심 상하는 일 같았어요. 스스로 다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알아요. 다 혼자 해내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 필요할 때 남의 눈을 빌릴 줄 아는 게 오히려 나은 거라는 걸요. 회사가 공짜로 주던 그 눈을 이제는 제가 알아서 구해야 하는데, 그걸 부탁하는 것도 결국 제가 해야 할 일이더라고요.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조차 저 같은 사람에게는 하나의 능력이었어요. 물론 매번 남에게 부탁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정말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나눠서, 중요한 일일수록 한 번 더 남의 눈을 거치려고 해요.
회사가 조용히 해주던 일들
일을 스스로 꾸린 지 오래되다 보니 자기 경영이라는 말이 저에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와요. 흔히 자기 경영이라고 하면 스스로를 다그치고 빡빡하게 관리하는 걸 떠올리는데, 저에게는 오히려 회사가 대신 해주던 일들을 하나씩 스스로 떠맡는 과정에 가까웠어요. 검토해줄 사람도, 평가해줄 사람도, 잘못을 잡아줄 사람도 없으니 그걸 다 제가 해야 해요. 자유를 얻은 만큼 그 자유의 뒷면도 같이 따라온 거예요. 회사를 나올 때 저는 벗어나는 것만 생각했지, 무엇을 두고 나오는지는 몰랐어요. 지금도 저는 이 일을 계속하고 있고, 돌아갈 마음은 없어요. 이렇게 저 혼자 꾸려가는 방식이 저에게는 맞아요. 다만 예전에 귀찮아하던 그 확인 절차들이, 사실은 여러 사람이 조용히 저를 받쳐주고 있었다는 표시였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그때는 그게 관리인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그게 저를 지켜주던 안전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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