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를 새로 산 게 이번이 몇 번째인지 세어봤어요. 서랍 속에 거의 안 신은 운동화가 세 켤레나 있었어요.
시작은 늘 의욕이 넘쳤다
새 도시로 옮길 때마다 이번엔 진짜 운동을 꾸준히 해보겠다고 다짐했어요. 도착하자마자 근처 헬스장부터 검색하고, 러닝화도 새로 장만했어요.
첫 주는 정말 열심히 했어요. 매일 아침 알람을 맞추고 나가서 뛰거나, 저녁에 헬스장에 들러 한 시간씩 운동했어요.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에 스스로도 뿌듯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이번엔 진짜 꾸준히 해볼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했어요. 그 말을 뱉어놓으니 오히려 더 의욕이 붙는 것 같았고, 첫 며칠은 그 다짐대로 착착 지켜졌어요.
그런데 둘째 주가 되면 이상하게 이유가 하나씩 생겼어요. 마감이 급한 일이 생기거나, 전날 늦게까지 일해서 피곤하다는 핑계가 붙었어요.
사흘 정도 쉬면 그다음부터는 다시 시작하는 게 더 어려워졌어요. 하루 이틀 미루던 게 어느새 일주일이 되고, 결국 흐지부지됐어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다시 시작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졌어요. 처음보다 더 큰 결심이 필요해졌고, 그 결심을 하는 데도 또 며칠이 걸렸어요.
이 패턴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었어요. 새 도시마다 새 헬스장 회원권을 끊고, 몇 주 못 가서 그만두는 걸 셀 수도 없이 되풀이했어요.
그때마다 이유는 그럴듯했어요. 이번 도시는 헬스장이 너무 멀다거나, 일정이 유독 바쁜 시기라거나 하는 식이었어요. 지나고 보면 다 비슷한 핑계였는데, 그때는 매번 정말 그럴 만한 사정이라고 믿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서랍을 정리하다가 안 신은 운동화 세 켤레를 발견했어요. 각각 다른 도시에서 의욕적으로 샀던 것들이었어요.

그 운동화들을 나란히 놓고 보니 헛웃음이 나왔어요. 매번 신발부터 새로 사면 마음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확히 몇 번이나 이 패턴을 반복했는지 세어보기로 했어요. 기억나는 것만 헤아려도 여섯 번은 됐어요.
각 도시별로 끊었던 회원권 비용까지 대충 계산해봤어요. 몇 주씩밖에 못 쓰고 남긴 금액을 다 더하니 제법 큰돈이었어요. 그 돈이면 좋은 운동화를 몇 켤레는 더 살 수 있었겠다 싶었어요.
계산기를 두드리는 동안 헛웃음이 계속 나왔어요. 그만큼의 돈을 쓰고도 남은 건 서랍 속 운동화뿐이라는 사실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어요.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였다
여섯 번이나 실패했다는 숫자를 보고 나니, 이게 단순히 의지 부족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이켜보니 매번 시작하는 방식이 똑같았어요. 처음부터 매일, 한 시간씩, 헬스장에서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웠어요. 그 기준이 너무 높았던 거예요.
이사가 잦은 생활에서 매번 새 헬스장에 적응하는 것부터가 진입 장벽이었어요. 기구 위치를 익히고,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만 며칠이 걸렸어요. 겨우 익숙해질 때쯤이면 또 다음 도시로 옮길 시기가 됐어요.
회원권도 문제였어요. 한 달 단위로 끊다 보니 다음 도시로 옮기면 그 돈이 그대로 날아갔어요. 그 아까움이 오히려 운동을 부담스러운 일로 만들었어요. 본전 생각에 억지로 몇 번 더 가다가, 결국 그마저도 흐지부지되는 패턴이 반복됐어요.
가장 큰 문제는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이었어요. 하루라도 못 하면 그 주 전체를 실패로 여기고 아예 놓아버리는 식이었어요. 하루 빠진 것뿐인데 마치 처음부터 다 없던 일이 된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런 구조에서는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오래갈 수가 없겠다 싶었어요. 문제는 저 자신이 아니라 제가 세운 시스템이었어요.
그동안 실패할 때마다 저 자신을 탓했던 것도 돌아보게 됐어요. 의지박약이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는데, 사실은 애초에 지속 가능하지 않은 계획을 세운 게 문제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주변에 오래 운동을 이어가는 지인에게 물어봤더니, 그 사람도 처음엔 저처럼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몇 번 실패한 뒤에야 방식을 바꿨다고 했어요. 저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게 조금 위안이 됐어요.
그 지인은 지금도 하루 10분 정도만 가볍게 몸을 움직인다고 했어요. 거창한 계획 없이도 몇 년째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말이 그때는 잘 와닿지 않았는데, 지나고 보니 정확히 제가 놓쳤던 부분이었어요.
기준을 낮추고 다시 시작했다
이번엔 완전히 다르게 접근해보기로 했어요. 헬스장 등록부터가 아니라, 숙소에서 할 수 있는 맨몸 운동 10분으로 기준을 확 낮췄어요.
매일 안 해도 괜찮다는 규칙도 만들었어요. 일주일에 세 번만 해도 성공으로 치기로 했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이어가는 게 목표였어요.
1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처음엔 이게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부담이 적으니 실제로 꾸준히 하게 됐어요.
한 달쯤 지나니 10분이 자연스럽게 15분, 20분으로 늘어났어요. 억지로 늘린 게 아니라 몸이 그 정도는 더 하고 싶어 했어요. 예전엔 처음부터 한 시간을 목표로 잡았다가 지쳐서 나가떨어졌는데, 이번엔 반대로 몸이 스스로 시간을 늘려간 셈이었어요.
새 도시로 옮겨도 이제는 크게 흔들리지 않아요. 헬스장이 없어도 숙소에서 할 수 있는 루틴이니, 환경이 바뀌어도 이어갈 수 있었어요. 예전처럼 도착하자마자 헬스장부터 검색하는 대신, 방 안에 매트 하나 펼 자리만 있으면 충분했어요.
숙소를 구할 때 기준도 조금 바뀌었어요. 헬스장 접근성보다는 그냥 매트를 펼 만한 작은 공간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요. 생각보다 이 기준 하나로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어요.
가끔 며칠을 놓쳐도 예전처럼 아예 포기하지 않아요. 그냥 다음 날 다시 10분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요.
몇 달이 지난 지금은 서랍 속 운동화 중 하나를 꺼내 신고 가볍게 걷는 정도까지 하게 됐어요. 예전 같은 거창한 계획 없이, 그냥 몸이 원하는 만큼만 움직여요.
기록도 거창하게 하지 않아요. 달력에 운동한 날만 동그라미 표시를 해두는 게 전부예요. 그 동그라미가 하나둘 늘어가는 걸 보는 게 은근한 동기부여가 됐어요.
가끔 동그라미가 며칠 비어 있어도 예전처럼 자책하지 않아요. 그냥 다시 이어가면 된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달력을 넘길 때마다 지난달보다 동그라미가 조금씩 늘어 있는 걸 보면, 그게 어떤 자격증보다 뿌듯하게 느껴져요. 거창한 성과는 아니지만, 저에게는 가장 오래 유지한 습관이 됐어요.
여섯 번의 실패를 세어보고 나서야 방법을 바꿀 수 있었어요. 실패의 횟수보다 그 실패들이 왜 반복됐는지를 들여다본 게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지금 서랍 속 운동화들은 이제 돌아가며 쓰이고 있고, 새로 하나를 더 사야 할지 고민하는 게 예전과는 다른 종류의 고민이 됐어요. 예전에는 실패할 때마다 신발을 새로 사서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면, 지금은 있는 신발로 얼마나 오래 이어가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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