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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생산성 (Productivity)

돈 걱정을 할 데가 없었어요: 혼자 일하는 사람이 제일 늦게 배우는 것

by wellnomadness 2026. 4. 27.

그 이야기를 꺼낼 데가 없었어요

혼자 일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일 자체가 아니었어요. 돈에 관한 걱정을 아무에게도 말 못 한다는 거였어요.

회사에 다닐 때는 이런 게 없었어요. 월급이 언제 들어오는지 아니까 걱정할 게 별로 없었고, 회사 사정이 나빠도 그건 회사 걱정이지 제 걱정은 아니었어요.

지금은 다 제 걱정이에요. 다음 달에 뭐가 들어올지 제가 알아야 하고, 안 들어오면 그것도 제가 감당해요.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할 데가 없어요. 친구에게 말하면 걱정을 얹는 것 같고, 옆자리에 동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것도 여기에 얹혀요. 어떤 달은 여러 건이 겹쳐 들어오고 어떤 달은 아무것도 없어요. 1년으로 놓고 보면 대체로 맞는데, 그 안에서 오르내리는 걸 매달 겪는 건 또 다른 일이더라고요.

이동하며 사는 것도 한몫해요. 몇 달마다 사는 곳이 바뀌니까 나가는 돈의 크기도 계속 달라져요. 지난달 기준으로 이번 달을 예상할 수가 없어요.


가족에게는 더 말 안 하게 돼요

제일 가까운 분들에게 오히려 더 말을 안 했어요. 이상한데 실제로 그랬어요.

부모님께는 걱정하실까 봐 안 해요. 멀리 있으니 더 그래요. 통화할 때 잘 지낸다고만 하게 돼요.

잘 지낸다고 말하고 끊고 나면 기분이 좀 이상해요. 거짓말을 한 건 아닌데 사실을 말한 것도 아니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사는 걸 제가 골랐잖아요. 어렵다고 말하면 그 선택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게 제일 큰 이유였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부러워하는 것도 영향이 있어요. 자유롭게 산다고들 하시는데 그 앞에서 돈 걱정을 꺼내기가 어색해요.

동종 업계 사람들과는 또 다른 이유로 말을 못 해요. 어렵다고 하면 일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요. 일은 대체로 사람을 통해 오는데 그 사람들 앞에서 약한 소리를 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어디를 가도 괜찮은 척을 하게 돼요. 고객 앞에서도, 동료 앞에서도, 가족 앞에서도요. 하루 종일 그러고 나면 저녁에 좀 지쳐요.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을 보고 있는 작업 책상


말을 안 하니 혼자 최악을 그렸어요

문제는 말을 안 하면 생각이 안에서 커진다는 거예요.

조용한 달이 오면 머릿속으로 계산을 시작해요. 이대로 몇 달 가면 어떻게 되는지요. 그런데 그 계산이 늘 최악으로 갔어요.

실제 숫자를 놓고 한 계산도 아니었어요. 그냥 느낌으로 하는 거예요. 그러니 나쁜 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어요.

밤에 특히 심했어요. 낮에는 일하니까 잊고 있다가 누우면 시작돼요. 다음 날 아침에 보면 별일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고요.

몇 년 지나고 세어봤는데, 제가 걱정했던 최악의 상황이 실제로 온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도 매번 똑같이 걱정했어요.

돈 이야기가 다른 걱정을 끌고 오는 것도 있어요. 이 일이 계속될까, 나이 들면 어떻게 하나, 몇 년 뒤에도 이러고 있으면 어쩌나 같은 것들이요. 시작은 다음 달 입금인데 끝은 늘 10년 뒤였어요.

그러다 보면 잠이 얕아져요. 그다음 날 일이 잘 안 되고, 일이 안 되니까 다시 불안해져요. 이 고리가 몇 번 돌면 그 주가 통째로 안 좋아지더라고요.


그러다 결정이 나빠졌어요

이게 기분 문제로 끝나지 않았어요. 실제로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줬어요.

불안한 시기에는 아무 일이나 받았어요. 조건이 안 맞아도, 값이 낮아도요. 당장 뭔가 들어오는 게 중요했으니까요.

그렇게 받은 일이 대체로 안 좋았어요. 시간은 더 들고 돈은 적고, 그동안 다른 걸 못 하니까요. 몇 달 뒤에 보면 그 일 때문에 더 어려워진 경우도 있었어요.

거절도 못 했어요. 지금 거절하면 다음이 없을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무리한 일정도 받았고 나중에 못 지켜서 사과한 적도 있어요.

돌아보면 제일 나쁜 결정들은 다 불안할 때 내린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 불안은 대체로 실제 상황보다 과했고요.

반대로 마음이 편할 때 받은 일들은 대체로 괜찮았어요. 조건을 따져볼 여유가 있었으니까요. 같은 사람이 같은 판단력을 쓰는데 상태에 따라 결과가 이렇게 다르다는 게 놀라웠어요.

단가도 그랬어요. 불안한 시기에 정한 값이 나중에 기준이 되어버려요. 한 번 낮게 부르면 그 고객과는 계속 그 값으로 가게 되거든요. 그때 몇 달을 넘기려고 낮춘 값을 몇 년 동안 쓰기도 했어요.


처음 털어놓은 자리가 있었어요

어느 날 비슷하게 혼자 일하는 분과 이야기하다가 그 말이 나왔어요. 요즘 좀 조용하다고요. 별생각 없이 한 말이었어요.

그랬더니 그쪽도 그렇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매년 몇 월쯤이 늘 그렇다고요. 저는 그 이야기를 그날 처음 들었어요.

그날 알게 된 게 하나 있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요. 이걸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컸어요.

그 뒤로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몇 명 생겼어요. 자세한 숫자를 주고받는 건 아니에요. 요즘 어떤지 정도만 이야기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더라고요. 제 상황이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게 필요했던 거예요.

그 대화가 특별했던 건 조언이 없어서였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자기도 그렇다는 말이었어요. 저는 방법을 몰라서 힘들었던 게 아니라 혼자라서 힘들었던 거예요.

그리고 저도 그분에게 같은 걸 해드릴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일방적으로 하소연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상태를 알려주는 자리라서 부담이 없었어요. 이게 오래가는 조건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숫자를 밖에 꺼내놔요

방식도 바꿨어요. 머릿속에서 계산하지 않아요.

들어온 것과 나갈 것을 적어두고 정해진 때에만 봐요. 매일 열어보면 하루에도 기분이 몇 번씩 바뀌거든요.

적어두면 좋은 게 있어요. 걱정이 숫자로 바뀌어요. 막연히 어렵다가 아니라 몇 달치가 있고 뭐가 언제 들어온다는 형태가 돼요. 그러면 손댈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이 갈려요.

세금처럼 복잡한 건 사람을 써요. 예전에는 아깝다고 생각해서 혼자 했어요. 그런데 그거 붙잡고 있는 며칠이 훨씬 비쌌어요.

그리고 몇 달 치를 따로 떼어놨어요. 이게 있으면 조용한 달이 와도 덜 흔들려요. 액수보다 그런 게 있다는 사실이 더 도움이 됐어요.

그리고 조용한 시기가 언제 오는지도 적어두기 시작했어요. 몇 년 치가 쌓이니까 대략 보이더라고요. 미리 알고 맞는 것과 갑자기 겪는 것은 같은 상황이어도 무게가 달라요.


걱정은 혼자 있을 때 커져요

지금 제가 아는 건 이거예요. 돈 걱정은 액수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수입이 괜찮은 해에도 불안했던 적이 있고, 적었던 해에 오히려 담담했던 적도 있어요. 차이는 그때 제가 제 상황을 알고 있었느냐였어요.

그리고 말할 데가 있었느냐요. 혼자 안고 있으면 같은 숫자도 훨씬 무겁게 느껴져요.

물론 이걸로 다 해결되지는 않아요. 실제로 어려운 시기는 여전히 어려워요. 다만 지금은 그게 어느 정도인지 알고 겪어요.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컸어요.

혼자 일하고 계시고 이 이야기를 할 데가 없으시다면, 비슷한 처지의 사람 한 명만 찾아보시면 좋겠어요. 조언을 얻으려는 게 아니에요. 요즘 어떤지 서로 말하는 것만으로 달라져요. 저는 그걸 몇 년 동안 혼자 지고 있었는데, 사실 혼자 질 필요가 없는 무게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