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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셋 & 웰니스 (Mindset & Wellness)

라파즈에서 고산병으로 쓰러질 뻔했어요: 해발 3,600미터가 가르쳐준 것

by wellnomadness 2026. 10. 9.

공항에 내리자마자 숨이 가빴어요

라파즈 공항 활주로에 발을 딱 내딛는 순간부터 숨이 가쁘게 느껴졌어요. 해발 4,000미터에 가까운 공항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숨이 가쁘다는 걸 체감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어요. 가방을 끄는 것만으로도 평소보다 두 배는 힘들었어요.

숙소까지 가는 짧은 거리를 걷는데도 심장이 빠르게 뛰었어요. 짐을 옮기는 걸 도와주던 현지 직원은 아무렇지 않게 성큼성큼 걸었는데, 저만 뒤처져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어요. 고산 지역이라는 말을 가볍게 여겼던 게 후회됐어요.

떠나기 전 몇 번 검색을 해보긴 했지만, "물을 많이 마시고 천천히 움직이면 된다"는 조언 정도로만 받아들였어요. 실제로는 평지에서의 상식이 거의 통하지 않는 수준이었어요. 공항 로비를 가로지르는 그 짧은 거리조차 몇 번을 멈춰서 숨을 고르며 걸어야 했어요.


머리가 깨질 듯 아팠던 첫날 밤

체크인을 마치고 침대에 눕자마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단순한 피로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통이 심해졌어요. 관자놀이 쪽이 쿵쿵 울리는 느낌이었고, 속도 메스꺼워졌어요.

숙소 직원에게 증상을 설명하니 "소로체"라는 단어를 알려줬어요. 고산병을 뜻하는 현지어였어요. 코카 잎을 우린 차를 마셔보라고 권해줬는데, 처음엔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 마셔봤어요. 쓴맛이 강했지만, 조금씩 두통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어요.

고산병으로 호텔 침대에 누워 코카차를 옆에 둔 남성의 모습

그날 밤은 거의 잠을 못 잤어요. 숨이 얕고 빨라서 자다가도 몇 번씩 깼어요. 평소라면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들었을 텐데, 그 밤은 몸이 산소 부족을 계속 신호로 보내는 느낌이었어요. 뜬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해가 뜨기를 기다렸어요.

자다가 숨이 턱 막혀서 벌떡 일어나 앉은 적도 몇 번 있었어요. 심장이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뛰는 게 느껴졌어요. 혹시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싶어 휴대전화로 고산병 증상을 검색해봤어요. 다행히 제 증상은 흔한 경증 수준이라는 걸 확인하고서야 조금 안심이 됐어요.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졌다

다음 날 화상 미팅이 있었는데, 머리가 멍해서 평소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단어 하나를 떠올리는 데도 시간이 더 걸렸어요. 상대방이 괜찮냐고 몇 번이나 물어볼 정도였어요. 결국 미팅을 짧게 끝내고 다음으로 미뤄달라고 부탁했어요.

노트북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피로했어요. 평소라면 몇 시간씩 집중해서 작업했을 텐데, 30분도 버티기 힘들었어요. 뇌에 산소가 충분히 가지 않으니 생각 자체가 느려진다는 걸 그때 몸으로 느꼈어요.

결국 그날 하루는 일을 거의 손에서 놓았어요. 클라이언트에게는 몸 상태가 안 좋다고 솔직하게 알리고 마감을 며칠 미뤄달라고 부탁했어요. 평소라면 이런 부탁을 하는 게 꺼려졌을 텐데, 그날은 억지로 버티는 게 오히려 더 큰 실수로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틀 만에 몸이 적응하기 시작했다

숙소 직원 말대로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계단을 오를 때도 평소보다 두 배는 느리게 걸었고, 물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마셨어요. 이틀쯤 지나자 두통이 눈에 띄게 줄었고, 숨이 덜 가빠졌어요.

사흘째가 되니 걷는 것도, 일하는 것도 거의 평소 수준으로 돌아왔어요. 몸이 고도에 적응한다는 게 실제로 가능하다는 걸 직접 겪고 나서야 믿게 됐어요. 그 짧은 적응 기간 동안 느꼈던 무기력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어요.

사흘째 아침, 평소처럼 숙소 계단을 두 칸씩 올라가다가 문득 숨이 전혀 가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순간 혼자 피식 웃음이 났어요. 불과 이틀 전만 해도 한 층을 오르는 데도 몇 번을 쉬어야 했는데, 몸이 그렇게 빠르게 적응했다는 게 신기했어요.


다음 고산 도시를 위한 준비

그 일을 겪고 나서 고도가 높은 도시로 이동할 때는 미리 일정을 조정하게 됐어요. 도착 첫 이틀은 아예 일을 비워두고, 가벼운 일정만 잡아요. 중요한 미팅은 최소 사흘 뒤로 미뤄서 잡는 게 기본이 됐어요.

그리고 고산병 약을 미리 처방받아 챙기기 시작했어요. 라파즈에서는 몰랐지만, 미리 먹으면 증상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코카 차를 마셔보라던 숙소 직원의 조언도 여전히 고맙게 기억하고 있어요.

이후 쿠스코처럼 또 다른 고산 도시를 방문할 때는 미리 약을 챙기고 도착 첫날부터 일정을 가볍게 짰어요. 덕분에 두통도 거의 없었고, 업무도 크게 지장받지 않았어요. 미리 준비하는 것 하나로 이렇게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걸 직접 비교해보고서야 확실히 체감했어요.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다는 것

1인 기업가로 일하면서 몸이 아파도 일정을 미루기 어렵다는 압박을 늘 느껴요. 그런데 라파즈에서의 그 며칠은, 억지로 버티는 것 자체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걸 가르쳐줬어요. 몸이 신호를 보낼 때 그걸 존중하는 게 결국 더 빠른 회복으로 이어지더라고요.

해발 3,600미터라는 숫자는 지도 위에서는 그냥 숫자일 뿐이었는데, 몸으로 겪고 나니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됐어요. 이제는 새로운 도시로 떠나기 전, 그 도시의 고도부터 확인하는 게 당연한 습관이 됐어요. 숫자가 3,000미터를 넘으면 자동으로 도착 이틀은 가벼운 일정으로 비워두는 규칙도 그때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