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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생산성 (Productivity)

계약서 문구 하나를 잘못 읽은 날, 두 시간 통화로 오해를 풀었다

by wellnomadness 2026. 9. 19.

계약서에 적힌 "revision"이라는 단어 하나를 제가 잘못 이해했어요. 그 오해가 두 시간짜리 통화로 이어졌어요.


수정 횟수를 두고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다

새 클라이언트와 계약서를 주고받을 때였어요. 영어로 작성된 계약서라 꼼꼼히 읽는다고 읽었는데, "unlimited revisions within scope"라는 문구가 있었어요.

저는 이걸 "범위 내에서는 수정이 무제한"이라고 이해했어요. 그래서 클라이언트가 요청하는 대로 몇 번이고 수정해줄 수 있다고 편하게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어요.

작업 초반에는 별문제 없었어요. 그런데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클라이언트의 수정 요청이 점점 잦아졌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의견을 보내왔어요. 처음엔 그저 꼼꼼한 클라이언트라고만 생각했어요.

처음엔 계약서에 무제한 수정이라고 적혀 있으니 당연히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게 정말 맞는 건가 싶은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동료 프리랜서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그 문구를 다시 한번 자세히 읽어보라고 했어요. "within scope"라는 부분이 핵심이라는 거였어요.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scope"는 최초 합의된 작업 범위를 뜻하는 거였어요. 범위를 벗어난 새로운 요청까지 무제한으로 받아줘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런데 클라이언트가 보내오는 수정 요청 중 상당수는 이미 처음 논의했던 범위를 벗어난 내용이었어요.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달라거나, 처음과 다른 방향으로 다시 만들어달라는 식이었어요.

제가 그동안 문구를 잘못 이해하고, 범위 밖의 요청까지 전부 무료로 처리해주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어요.

그동안 들인 시간을 계산해보니 적지 않은 금액이었어요. 몇 주간 무료로 해준 작업량이 원래 프로젝트 하나를 더 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그 숫자를 보고 나니 이걸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무작정 클라이언트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어요. 저도 그 문구를 제대로 확인 안 한 책임이 있었으니까요.


두 시간 통화로 오해를 풀어야 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클라이언트에게 통화를 요청했어요. 메시지로는 뉘앙스가 잘못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통화를 시작하면서 제가 계약서 문구를 다시 확인해봤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어요. 최초 범위와 지금까지의 수정 요청을 하나씩 비교해서 보여줬어요.

클라이언트는 처음엔 조금 당황한 눈치였어요. 자기도 "unlimited revisions"라는 말만 보고 뭐든 다 요청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했어요. 계약서를 만들 때 참고했던 템플릿에서 그 문구를 그대로 가져왔을 뿐, 깊이 따져본 적은 없었다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서로 같은 문구를 완전히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던 거예요. 누가 잘못했다기보다는, 애초에 그 문구 자체가 애매하게 쓰여 있었던 게 문제였어요.

노트북 화면에 띄운 영문 계약서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통화하는 남성의 손

두 시간 가까이 통화하면서 처음 합의했던 범위를 다시 하나씩 짚어봤어요. 어디까지가 원래 범위이고, 어디서부터 새로운 요청인지 구분하는 작업이었어요.

중간중간 의견이 갈리는 부분도 있었어요. 클라이언트는 이 정도는 범위 안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보기엔 명백히 범위 밖인 경우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최초 계약서에 적힌 작업 항목을 다시 꺼내서 하나씩 대조했어요. 감정적으로 대립하기보다는 문서를 기준으로 차분히 맞춰가려고 했어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담담하게 문서를 짚어가니, 오히려 대화가 더 수월하게 풀렸어요.

결국 범위를 벗어난 요청들은 추가 비용을 받는 걸로, 앞으로는 새로운 요청이 있을 때마다 범위 안인지 밖인지 미리 확인하기로 합의했어요.

통화를 마치고 나니 진이 다 빠졌어요. 두 시간 동안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더니 어깨가 뻐근할 정도였어요.

통화가 끝나고 클라이언트가 합의 내용을 정리한 메일을 바로 보내줬어요. 서로 오해 없이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느껴져서, 그 성의가 고맙게 느껴졌어요.

그 메일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봤어요. 이번엔 정말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애매한 표현이 하나도 없는지 꼼꼼히 살폈어요.


이제는 애매한 표현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그 일을 겪고 나서 계약서를 읽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특히 "unlimited", "within scope" 같은 애매한 표현이 나오면 반드시 구체적으로 되물어요.

"무제한 수정"이라는 말이 나오면 "그럼 최초 범위가 정확히 뭔지 문서로 명시해달라"고 요청해요. 애매한 부분을 그대로 두면 나중에 꼭 문제가 된다는 걸 배웠으니까요.

계약서에 최초 작업 범위를 아예 목록으로 만들어서 첨부하는 것도 습관이 됐어요. 페이지 수, 기능 개수, 수정 가능한 항목까지 구체적으로 적어둬요.

범위를 벗어난 요청이 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말해요. "이건 처음 범위를 벗어난 부분이라 추가 비용이 필요해요"라고 명확히 짚어주니, 오히려 클라이언트들도 더 신뢰하는 눈치였어요. 애매하게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도움이 됐어요.

영어 계약서는 번역기로 한 번 더 돌려서 이중으로 확인해요. 제가 아는 단어라도 법률적, 계약적 맥락에서는 다르게 쓰일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어요.

이해가 안 가는 문구는 클라이언트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도 주저하지 않게 됐어요. 예전엔 괜히 모르는 티를 내는 것 같아 그냥 넘어갔는데, 지금은 그게 훨씬 위험하다는 걸 알아요.


그 클라이언트와는 지금도 잘 지내고 있어요. 오히려 그 통화 이후로 서로 더 명확하게 소통하게 됐어요. 단어 하나를 잘못 읽은 대가로 두 시간을 썼지만, 그 두 시간이 앞으로의 모든 계약을 더 꼼꼼히 읽게 만들어준 셈이에요. 요즘도 새 계약서를 받으면 그날의 통화가 떠올라, 한 문장 한 문장을 예전보다 훨씬 천천히 읽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