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기업6 노트북이 안 켜지던 아침 노트북 하나에 다 들어 있어요제 일은 노트북 한 대 안에 다 들어 있어요. 작업 파일도, 지금까지 만든 결과물도, 주고받은 메일과 자료도 전부 그 안에 있어요. 사무실이 따로 없으니 이 노트북이 곧 제 사무실이에요. 어디를 가든 가방에 이거 하나만 넣으면 일할 준비가 끝나요. 처음엔 그게 참 홀가분했어요. 무거운 서류함도, 고정된 책상도 없이 제 일 전부를 가방 하나에 담아 다닐 수 있다는 게요.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이 노트북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지. 제 일 전부가 이 작은 기계 하나에 들어 있다는 건, 뒤집어 보면 이거 하나만 잘못되면 전부가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했어요. 그 생각을 처음 했을 때는 조금 아찔했는데, 그때만 해도 설마 그런 일이 있겠나 싶어 그냥 넘겼어요... 2026. 7. 31. 돈 달라는 말이 제일 어려웠어요 돈 달라는 말이 제일 어려웠어요제 일을 직접 꾸리게 되면서 여러 가지를 배워야 했는데, 그중에 제일 배우기 힘들었던 게 돈 이야기를 꺼내는 거였어요. 일 자체는 어떻게든 해내요. 밤을 새워서라도 결과물은 만들어내요. 그런데 다 만들고 나서 이제 돈을 주세요, 하고 말하는 그 한마디가 저에게는 제일 어려웠어요.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저는 원래 부탁이나 요구를 잘 못 하는 사람이에요. 상대가 조금이라도 불편해할까 봐 신경이 쓰이고, 돈 이야기를 꺼내면 그동안 좋게 쌓아온 관계가 갑자기 삭막해지는 것 같았어요. 분명히 제가 받아야 할 돈인데도, 그 말을 하는 제가 뭔가 야박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상대가 알아서 챙겨주기를 은근히 기다렸어요. 일만 잘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믿.. 2026. 7. 28. 출퇴근이 없으니 하루에 끝이 없어요 출퇴근이 없다는 것출퇴근이 없는 생활을 오래 하고 있어요. 회사를 다닐 때는 이런 삶을 부러워했어요. 아침에 만원 지하철에 시달릴 일도 없고, 정해진 시간에 어디로 갈 필요도 없으니까요. 실제로 그런 자유는 좋아요. 그런데 이 생활을 해보면 아무도 잘 말해주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출퇴근이 없다는 건 하루에 시작도 끝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거예요. 언제 시작해도 되고 언제 끝내도 되니까, 거꾸로 말하면 하루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가 흐릿해요. 저는 이게 생각보다 큰 문제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자유롭게 쓰라고 통째로 주어진 하루가, 오히려 손가락 사이로 다 새어나가더라고요. 솔직히 이 글을 쓰는 오늘도 그런 날이에요. 아침부터 뭔가 계속 하고는 있는데 정신은 하나도 없어요.정신없는 .. 2026. 7. 25. 만료일을 적지 않은 프로모션 광고 천 달러에 만들어드립니다웹사이트 제작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 낸 광고 문구가 그거였어요. 천 달러에 만들어드립니다. 프로모션이라는 말도 붙였어요. 그때 저는 이 일로 이름이 알려진 것도 아니었고, 보여줄 만한 작업물도 몇 개 없었어요. 가격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효과가 있었어요.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몇 달 만에 손이 부족할 만큼 일이 들어왔어요. 그 시기에 만든 사이트들이 나중에 제 포트폴리오가 됐으니, 그 선택 자체는 지금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광고에는 한 줄이 빠져 있었어요. 언제까지인지가 없었어요. 프로모션이라고 써놓고 끝나는 날을 정하지 않은 거예요. 그때는 그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요. 일이 들어오는 게 급했지 언제 끝낼지는 생각할 겨를이.. 2026. 7. 22. 저녁 회복 루틴을 만들려다 그만둔 이유 저녁 회복 루틴을 만들어보려 했어요어느 날부터 저녁을 잘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하루를 어떻게 끝내느냐가 다음 날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읽었거든요. 그래서 저녁 루틴이라는 걸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자기 전에 내일 할 일을 적고, 종이책을 조금 읽는 식으로요. 좋다는 건 다 모아서 순서를 짰어요. 처음 며칠은 그럴듯했어요. 뭔가 나를 잘 돌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데 얼마 안 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저녁마다 그 순서를 다 지켰는지 신경 쓰기 시작한 거예요. 오늘은 호흡을 빼먹었네, 책을 못 읽었네 하면서요. 쉬려고 만든 루틴인데, 그 루틴을 지키는 게 어느새 또 하나의 숙제가 되어 있었어요. 못 지킨 날은 저녁을 망친 것 같은.. 2026. 6. 11. 아무도 내 일을 봐주지 않는다는 것 사장이면서 직원이에요일을 스스로 꾸린다는 건 사장이면서 동시에 직원이라는 뜻이에요. 위에 보고할 상사도 없고, 옆에서 같이 일할 동료도 없고, 아래에서 일을 나눠 받을 사람도 없어요. 결정을 내리는 것도 저고, 그 결정대로 실제로 일하는 것도 저예요. 처음 이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그게 다 좋아 보였어요. 눈치 볼 사람도 없고, 회의도 없고, 제 시간을 제가 정하니까요. 회사를 다닐 때 그렇게 벗어나고 싶던 것들이 다 사라졌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어요. 그 사라진 것들 중에 사실 저를 도와주던 것도 꽤 많았다는 걸요. 저는 회사가 없어졌으면 하는 것만 기억했지, 회사가 조용히 해주던 일들은 생각도 못 했어요. 막상 그게 없어지고 나서야 그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보였어요.아무도 내 일을 봐.. 2026. 6.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