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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3

프라하 언덕 위 수도원 양조장에서 한 달간 일한 기록 프라하의 카페들이 저와 맞지 않았던 이유한 달을 머물 도시에 도착하면 저는 관광지보다 일할 자리를 먼저 찾아요. 그 자리가 정해져야 나머지 일정이 굴러가거든요. 프라하에서도 첫 주는 자리를 찾는 데 썼어요. 매일 다른 카페에 노트북을 들고 갔는데, 프라하는 예쁜 카페가 정말 많은 도시라 고르는 재미는 있었어요. 문제는 일이 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구시가지 쪽 카페는 어디를 가든 관광객으로 가득했어요. 옆자리에서 여러 나라 말이 오가고, 사진 찍는 사람들이 계속 지나다니고, 자리는 좁아서 노트북과 커피를 올리면 팔꿈치 놓을 자리가 없었어요. 무엇보다 오래 앉아 있기가 눈치 보였어요. 밖에 자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서 있으면 커피 한 잔으로 두 시간을 버티는 게 미안해졌어요. 콘센트를 찾기 어려운 곳도 많아.. 2026. 4. 7.
어디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에 매번 버벅여요: 도시가 두 종류로 나뉘거든요 어디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이렇게 지낸다고 하면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있어요. 그동안 다닌 데 중에 어디가 제일 좋았냐는 거예요.그런데 저는 이 질문에 매번 버벅여요. 한 곳을 못 고르겠어서요. 몇 초 생각하다가 결국 두세 곳을 말하게 되고, 그러면 상대도 좀 애매한 표정이 돼요.처음에는 제가 기억력이 나빠서 그런 줄 알았어요. 다녀온 곳이 쌓이니까 흐려지는 거라고요.그런데 몇 번 더 받아보고 알았어요. 문제는 제 답이 아니라 질문이 하나였다는 거였어요.질문하시는 분들이 기대하는 답이 어떤 건지도 알아요. 지명 하나와 짧은 이유요. 그게 대화가 이어지기 좋은 형태거든요. 그런데 제 안에서는 그 답이 안 만들어져요.그러다 언제부턴가 그냥 최근에 있었던 곳을 말하게 됐어요. 성의 없는.. 2026. 4. 5.
지도를 끄고 바람이 미는 쪽으로: 프라하 골목을 걸었던 오후 그날은 노트북을 두고 나왔어요프라하에 머물던 어느 오후, 저는 처음으로 노트북을 숙소에 두고 나왔어요. 평소의 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어디를 가든 가방에 노트북이 들어 있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거든요. 그날은 창문을 열어놨는데 바람이 방 안까지 들어왔어요. 프라하성 쪽에서 구시가지로 내려가는 방향의 바람이었어요. 그 바람을 맞고 있으니 문득 아무 데도 정하지 않고 그냥 걷고 싶어졌어요. 지도 앱도 켜지 않았어요. 어차피 길을 잃어도 저녁에 돌아올 숙소 이름만 알면 되니까요. 휴대폰은 주머니에 넣고 손은 비운 채로 나섰어요. 지난 이십 년 동안 저는 늘 목적지를 정하고 최단 경로를 계산하며 움직이는 사람이었어요. 어디를 가든 몇 시까지 무엇을 하고 다음은 어디로 갈지가 머릿속에 짜여 있었어요. 여.. 2026.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