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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관리11

4년을 미룬 건강검진: 미룬 이유는 일정이 아니라 두려움이었어요 4년을 미뤘어요해외에 살면서 가장 오래 미룬 일이 건강검진이었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받게 해줬으니 신경 쓸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혼자 일하고 나라를 옮겨 다니게 되니 아무도 챙겨주지 않더라고요. 미국에서 받자니 절차와 비용이 낯설고, 한국에 가서 받자니 일정이 안 맞고요. 그렇게 미루다 보니 4년이 지나 있었어요.사실 이유는 하나 더 있었어요. 무서웠어요. 어딘가 안 좋다는 말을 들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으니 굳이 확인해서 걱정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게 가장 나쁜 논리였는데, 그때는 꽤 그럴듯하게 느껴졌어요.그러다 마음을 바꾼 계기가 있었어요. 비슷한 나이의 지인이 건강 문제로 갑자기 일을 멈추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 2026. 8. 13.
잘 시간 대신 일어날 시간을 정했어요: 순서를 바꾸고 되찾은 오전 잠드는 시간을 지키려다 실패했어요한동안 저는 취침 시간을 정해두고 지키려고 애썼어요. 열한 시에는 눕자고 스스로와 약속했죠. 그런데 이게 잘 안 됐어요. 마감이 급한 날에는 새벽까지 일하게 되고, 고객과 통화가 늦어지는 날도 있고, 시차가 다른 나라로 이동하면 그 약속 자체가 무의미해졌어요. 지키지 못한 날이 쌓이니 아예 포기하게 되더라고요.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자는 시간이 들쭉날쭉해지니 일어나는 시간도 같이 흔들렸어요. 늦게 잔 날은 늦게 일어나고, 그러면 그날 밤에 또 늦게 자게 되고요. 이 고리가 며칠만 반복되면 오전이 통째로 사라져요. 저는 그 시기에 오후 두 시가 되어서야 제대로 일을 시작하는 날이 많았어요.그러다 순서를 바꿔보기로 했어요. 잠드는 시간이 아니라 일어나는 시간을 고정하는 거예요.. 2026. 8. 11.
이십 분을 쓰고 두 시간을 벌었어요: 낮잠에 대한 죄책감을 버린 뒤 낮잠은 게으른 사람의 것인 줄 알았어요저는 오랫동안 낮에 자는 걸 죄스럽게 여겼어요. 회사를 다닐 때는 낮잠이라는 선택지 자체가 없었고, 혼자 일하기 시작한 뒤에도 낮에 눕는 건 게으른 행동처럼 느껴졌어요.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오히려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졌던 것 같아요. 졸리면 커피를 마시거나 찬물로 세수를 하고 버텼어요.그런데 오후 두세 시쯤이면 어김없이 머리가 무거워졌어요. 화면은 보고 있는데 내용이 안 들어오고, 한 문단을 몇 번씩 다시 읽었어요. 그 상태로 두세 시간을 앉아 있으면 결국 저녁까지 일이 밀렸어요. 커피로 눌러도 그때뿐이었고, 늦게 마신 날은 밤에 잠까지 설쳤어요. 어느 날 계산해 보니 그 흐릿한 시간이 하루에 두세 시간씩 쌓이고 있었어요.그 시간이 아깝다는 걸.. 2026. 8. 8.
어금니가 먼저 알려줬어요: 스트레스를 턱에 저장하고 있었던 몇 년 치과에서 들은 뜻밖의 말정기 검진을 받으러 간 치과에서 의사가 제 어금니를 한참 보더니 이렇게 물었어요. 혹시 이를 갈거나 꽉 무는 습관이 있느냐고요. 저는 없다고 했어요. 잘 때 이를 간다는 소리를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랬더니 의사가 어금니 표면이 평평하게 닳아 있다고 알려줬어요. 나이에 비해 마모가 빠른 편이라고요. 잘 때만이 아니라 깨어 있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어금니를 꽉 물고 있는 사람도 많다는 설명이었어요.그 말을 듣고 나서야 몇 가지가 연결됐어요. 언젠가부터 오후만 되면 턱 근처가 뻐근했고, 아침에 일어나면 관자놀이 쪽이 묵직했어요. 저는 그걸 전부 눈이 피곤해서라고 생각했어요. 모니터를 오래 봐서 그러려니 했던 거예요. 원인이 눈이 아니라 턱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 2026. 8. 6.
사흘이면 끝날 감기를 이 주로 만든 이야기: 혼자 일하는 사람의 병가 아파도 대신할 사람이 없어요회사를 다닐 때는 아프면 병가를 냈어요. 하루 쉬면 팀에서 누군가 제 일을 봐줬고, 돌아오면 밀린 일이 조금 쌓여 있는 정도였어요. 혼자 일하기 시작하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그 안전망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제가 누우면 그날 일은 아무도 하지 않아요. 고객에게 가야 할 답장도, 마감을 앞둔 작업도 그대로 멈춰요. 그래서 저는 오랫동안 아픈 걸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버텼어요. 목이 칼칼하면 약을 털어 넣고, 열이 조금 나면 두꺼운 옷을 입고 앉아 일했어요.그렇게 버티는 게 프로페셔널한 태도라고 생각했어요. 아파서 일정을 미루는 건 신뢰를 잃는 일이라고 믿었거든요. 낯선 나라에서 겨우 만든 고객들이라, 한 번의 지연이 관계를 끝낼 수도 있다는 불안이 늘 있었어요. 그런데 그.. 2026. 8. 4.
출퇴근이 없으니 하루에 끝이 없어요 출퇴근이 없다는 것출퇴근이 없는 생활을 오래 하고 있어요. 회사를 다닐 때는 이런 삶을 부러워했어요. 아침에 만원 지하철에 시달릴 일도 없고, 정해진 시간에 어디로 갈 필요도 없으니까요. 실제로 그런 자유는 좋아요. 그런데 이 생활을 해보면 아무도 잘 말해주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출퇴근이 없다는 건 하루에 시작도 끝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거예요. 언제 시작해도 되고 언제 끝내도 되니까, 거꾸로 말하면 하루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가 흐릿해요. 저는 이게 생각보다 큰 문제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자유롭게 쓰라고 통째로 주어진 하루가, 오히려 손가락 사이로 다 새어나가더라고요. 솔직히 이 글을 쓰는 오늘도 그런 날이에요. 아침부터 뭔가 계속 하고는 있는데 정신은 하나도 없어요.정신없는 .. 2026.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