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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3

이어폰을 아예 빼고 걷기 시작한 날, 동네가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이어폰 배터리가 다 됐는데 충전기를 숙소에 두고 나왔어요. 어쩔 수 없이 그냥 걸었는데, 그날 동네가 완전히 다르게 들렸어요.이어폰 없이 걷는 게 낯설게 느껴졌다늘 그랬듯 산책하러 나가면서 이어폰부터 챙겼어요. 팟캐스트나 음악 없이 걷는 건 상상도 안 해봤어요. 그런데 그날은 배터리가 이미 바닥나 있었어요.숙소로 다시 돌아가서 충전기를 찾기엔 이미 나온 길이 좀 됐어요. 그냥 이대로 걷기로 했어요. 아무 소리도 없이 걷는다는 게 왠지 허전하게 느껴졌어요.처음 몇 분은 계속 뭔가 허전한 느낌이었어요. 손이 자꾸 주머니 속 휴대폰을 만지작거렸어요. 이어폰을 안 꼈다는 사실이 계속 신경 쓰였어요.그동안 산책이라는 게 저에게는 늘 뭔가를 들으면서 하는 활동이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어요. 순수하게 걷기만 한 적이.. 2026. 9. 18.
넉 달을 살고 떠나는 날에야 그 골목 소리를 들었어요 몇 달 살았는데 그 동네 소리를 몰랐어요한 도시에서 넉 달을 지내고 떠나던 날이었어요. 짐을 다 싣고 마지막으로 그 골목을 걸어 나왔어요.그때 처음으로 그 길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어요. 어느 집에서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멀리서 새가 울었어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도 들렸고요.넉 달 동안 하루에 두 번씩 지나던 길이에요. 그런데 그 소리를 그날 처음 들었어요.그동안 저는 늘 귀에 뭔가를 끼고 있었거든요.그 골목이 조용한 편이라 원래도 들을 게 많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더 이상했어요. 그 적은 소리마저 넉 달 동안 한 번도 안 들었다는 거잖아요.떠나는 날이라 마음이 좀 느슨했던 것도 있어요. 일이 다 끝났으니 급할 게 없었고요. 평소에는 그 길을 늘 뭔가에 늦은 사람처럼 걸었어요.먹먹한 느낌이 먼저.. 2026. 5. 18.
맨발로 걸어보고 알게 된 건 딱 하나였어요: 빨리 걸을 수가 없다는 것 신발을 벗고 걸어봤어요몇 년 전에 맨발로 걷는 게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들었어요. 설명은 대체로 비슷했는데, 솔직히 저는 그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전기가 어떻고 땅이 어떻고 하는 내용이었는데 제 지식으로는 맞는지 틀린지 판단할 수가 없었어요.그래도 한번 해보기로 했어요.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신발만 벗으면 되는 일이니까요. 뭘 사야 한다거나 뭘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였으면 안 했을 텐데, 이건 잃을 게 없어 보였어요.그렇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가끔씩 해요. 다만 제가 얻은 건 처음에 들었던 설명과 아무 관련이 없었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쪽이었어요.처음엔 발이 아팠어요첫날은 공원 흙길에서 10분을 못 채웠어요. 작은 돌멩이 하나만 밟아도 아팠고, 조금 지나니 발바닥이 얼얼했어요. 상상.. 2026.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