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셋18 동창 소식이 뜬 날, SNS를 끄고도 하루 종일 마음이 복잡했다 별생각 없이 SNS를 넘기다 익숙한 얼굴을 봤어요. 고등학교 동창이었는데, 사진 아래 새로 옮긴 회사 이름이 적혀 있었어요.넘기다 멈춘 그 사진 한 장이 하루를 흔들었다숙소 침대에 누워 습관처럼 SNS를 넘기고 있었어요. 딱히 뭘 보려던 건 아니고, 그냥 손이 자동으로 화면을 넘기고 있었어요. 일을 마치고 쉬는 시간마다 반복되는 습관이라 별생각 없이 하던 행동이었어요.그러다 낯익은 얼굴이 스쳐 지나갔어요. 다시 위로 올려 확인했어요.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였어요.사진 밑에는 새 회사 로고가 박힌 사원증을 목에 건 모습과 함께 짧은 소감이 적혀 있었어요. 원하던 곳에 드디어 합격했다는 내용이었어요.댓글도 꽤 많이 달려 있었어요. 축하한다는 말들 사이로 다른 동창들 이름도 눈에 들어왔어요. 다들 아직 연락.. 2026. 9. 15. 나흘째 한국어를 한마디도 안 한 걸 깨달았어요: 혼잣말로 채운 언어 감각 나흘째 한국어를 한마디도 안 했다는 걸 깨달았어요숙소에서 혼자 일하다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오늘 아침에 무슨 말을 했는지 떠올려봤는데, 전부 영어였어요.달력을 거꾸로 세어봤어요. 마지막으로 한국어로 대화한 게 나흘 전이었어요. 가족과 짧은 영상통화를 한 게 마지막이었어요.그 나흘 동안 카페 직원, 배달 기사, 클라이언트, 숙소 직원과 대화를 했지만 전부 영어였어요. 한국어를 쓸 상대가 아예 없었던 거예요.이상하게도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갑자기 입이 근질거렸어요. 딱히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한국어로 뭔가 말하고 싶어졌어요.혼잣말로 오늘 할 일을 한국어로 중얼거려봤어요. 그런데 단어가 바로 안 나오는 순간이 몇 번 있었어요. 분명 아는 단어인데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2026. 9. 14. 타지에서 혼자 보낸 첫 추석, 영상통화 5분으로 그 하루를 버텼다 달력에 뜬 빨간 날짜를 보고서야 이번 주가 추석이라는 걸 알았어요. 다른 나라에 있으면 명절은 그냥 평범한 화요일이었어요.달력이 알려주기 전까지는 모르고 지나갔다숙소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는 길이었어요. 휴대폰 알림으로 가족 단체 채팅방이 갑자기 시끄러워졌어요.사진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큰집에 모인 가족들, 상 위에 올라간 전과 나물, 조카들이 세배하는 모습까지요.그제야 오늘이 추석이라는 걸 알았어요. 몇 년째 겪는 일인데도 매번 이렇게 뒤늦게 알아차려요.이 나라 달력에는 당연히 그런 표시가 없어요. 마트도 평소처럼 문을 열었고, 거리도 다를 게 없었어요.계산대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다들 평범한 화요일을 보내는 얼굴이었어요. 저 혼자만 다른 시간대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잠깐 스쳤.. 2026. 9. 12. 일요일 저녁 7시, 회사를 그만둔 지 10년인데도 기분이 가라앉았다 일요일 저녁 7시쯤이면 기분이 가라앉는다는 걸 몇 년 만에 알아차렸어요. 회사를 그만둔 지 10년이 넘었는데도요. 출근할 데가 없는 사람에게 왜 이게 남아 있는지 한참 몰랐어요.일요일 저녁 7시,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았다처음에는 그냥 피곤한가 보다 했어요. 주말에 뭘 많이 한 것도 아닌데 저녁이 되면 몸이 무거웠어요.알아차린 건 며칠 기분을 적어보면서였어요.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적은 건 아니고 그냥 하루 끝에 한 줄씩 썼어요. 요일별로 놓고 보니 표시가 일요일 저녁에만 몰려 있었어요.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몇 주를 봐도 같았어요. 다른 요일 저녁에는 없는 게 그날만 있었어요.이상한 건 제가 월요일에 특별히 힘든 일이 없다는 거예요. 저는 월요일에도 화요일과 비슷하게 일해요. 요일 구.. 2026. 8. 28. 거울에서 아버지 얼굴을 봤다, 노화를 늦추려던 몇 년을 그만둔 이유 세면대 거울을 보다가 아버지 얼굴을 봤어요. 잠깐 놀라서 그대로 멈췄어요. 닮았다는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들었는데 그날은 닮은 정도가 아니었어요.거울에서 아버지 얼굴을 봤다특별한 일이 있었던 밤은 아니에요. 늦게 씻으려고 서 있었는데 조명 각도가 그랬는지 순간 다르게 보였어요. 몇 초쯤 그대로 서 있었어요.제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그 나이 때 얼굴이었어요. 사진으로 남아 있는 모습이요. 지금 계산해 보면 그때 아버지가 딱 지금 제 나이쯤이셨을 거예요.그러고 나서 며칠 동안 자꾸 얼굴을 봤어요. 예전에는 거울을 봐도 얼굴을 안 봤어요. 씻고 나가는 데 필요한 만큼만 보고 지나갔죠.제대로 보니 여러 가지가 보였어요. 웃을 때 접히는 자국이 안 펴지고, 눈 밑이 예전 같지 않고, 머리가 앞쪽에서 조금 물러나 있.. 2026. 8. 25.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답을 못 했어요: 없어진 걸 몇 년 동안 몰랐어요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막혔어요처음 만난 자리에서 취미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흔한 질문인데 답이 안 나왔어요. 몇 초 정도 가만히 있다가 결국 일 이야기를 했어요. 요즘 무슨 일을 하고 있다고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죠.그 자리에서는 그냥 넘어갔는데 숙소로 돌아와서 다시 생각났어요. 왜 답을 못 했지 하고요. 예전에는 이 질문이 어렵지 않았어요. 대답할 게 몇 가지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하나도 안 떠올랐어요.그날 알게 된 건 취미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었어요. 없어진 걸 몇 년 동안 몰랐다는 거였어요. 하나씩 안 하게 됐을 텐데 그 과정에서 알아차린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그리고 좀 부끄러웠어요. 일 이야기 말고는 할 말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 같아서요. 실제로 그 자리에서 제 이야기.. 2026. 8. 24.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