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언트에게 답장이 사흘이나 늦었어요
저녁 늦게까지 매달려 완성한 급한 수정 요청을 보내고 답을 기다렸어요. 하루가 지나도 여전히 답이 없었어요. 이틀이 지나자 슬슬 불안해졌어요.
혹시 제가 뭘 잘못 보냈나, 메일이 스팸함에 들어갔나 별생각을 다 했어요. 사흘째 되던 날 결국 다시 한번 메일을 보냈어요.
그제야 답이 왔어요. "죄송해요, 이번 주 내내 국경일 연휴였어요." 저는 그 나라에 그런 연휴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달력을 아무리 뒤져봐도 익숙한 명절 이름은 하나도 없었어요.
한국 공휴일만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예요. 상대 나라의 달력은 제 머릿속에 아예 없었어요. 몇 년을 여러 나라와 일했으면서도 그 부분은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사과할 일도 아니었는데 괜히 제가 뭘 잘못한 것처럼 사흘을 초조하게 보낸 게 억울했어요. 그 사흘 동안 다른 일도 손에 안 잡혔어요. 계속 메일함만 새로고침하며 시간을 보낸 셈이에요.
돌아보니 이런 일이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어요. 몇 달에 한 번씩은 이렇게 조용히 넘어가는 일정이 있었어요. 그때마다 저 혼자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있었던 셈이에요.
그 나라 뉴스라도 챙겨봤으면 알았을 텐데, 평소에 그런 걸 챙길 여유는 없었어요. 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상대 나라의 사회적 리듬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이런 일이 반복됐어요
그 뒤로 신경 써서 보니 비슷한 일이 여러 나라 클라이언트와 계속 있었어요.
한 나라는 종교 명절이 매년 날짜가 바뀌어서 저로서는 예측할 방법이 없었어요. 달력에 안 나와 있으니 그냥 몰랐어요.
어떤 나라는 국경일이 한 주 내내 이어지는 곳도 있었어요. 하루 이틀이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일주일 동안 감감무소식이니 정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어요.
반대로 제가 한국 명절 연휴에 쉴 때 클라이언트는 그걸 전혀 모르고 급한 요청을 보낸 적도 있어요. 저도 답을 못 하니 서로 입장이 똑같았던 거예요.
이런 일이 쌓이니 클라이언트마다 언제 연락이 안 될지 예측이 안 됐어요. 마감을 잡을 때마다 불안 요소가 하나씩 숨어 있는 셈이었어요.
한 번은 결제 요청 메일을 보냈는데, 상대 나라 은행이 공휴일이라 처리 자체가 며칠 밀린 적도 있어요. 메일은 봤는데 처리를 못 하는 상황이었던 거예요.
또 한 번은 급한 계약서 서명을 기다리다가, 알고 보니 그 나라 전체가 국가 기념일로 일주일간 관공서와 회사가 다 쉬는 기간이었던 적도 있어요. 뉴스를 봤으면 바로 알았을 텐데, 그럴 정신이 없었어요.
구글 캘린더만으로는 부족했어요
제 캘린더에는 제가 사는 나라 공휴일만 자동으로 떴어요. 클라이언트 나라 공휴일은 전혀 안 보였어요.
검색해서 하나씩 찾아보려니 나라가 늘어날수록 감당이 안 됐어요. 클라이언트가 다섯 나라에 걸쳐 있으면 공휴일도 다섯 개의 달력을 따로 챙겨야 했어요.
공식 공휴일 말고 회사 자체 휴무일도 있었어요. 그건 검색으로도 안 나오고, 그 회사 사람이 아니면 알 방법이 없었어요.
종교 축일은 날짜가 매년 바뀌니 한 번 확인했다고 다음 해에도 맞는 게 아니었어요. 매년 다시 확인해야 했어요.
이런 정보들이 한곳에 모여 있지 않으니 결국 클라이언트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제일 정확했어요. 그런데 매번 묻는 것도 부담스러웠어요.
번역 앱으로 그 나라 공휴일 목록을 검색해봐도 국가 공식 지정일만 나오고, 회사마다 별도로 쉬는 날이나 지역 축제일까지는 안 나왔어요. 결국 완벽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던 셈이에요.

일방적으로 기다리기만 한 게 아니었어요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저도 상대에게 비슷한 불편을 준 적이 있었어요.
한국 추석 연휴에 아무 말 없이 며칠을 잠수 탄 셈이었던 적이 있어요. 클라이언트는 저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했다고 나중에 들었어요.
서로 미리 말하지 않으면 똑같이 불안해진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저만 답답했던 게 아니라 상대도 마찬가지였던 거예요.
그 뒤로는 제 쪽 연휴도 미리 알리기 시작했어요. "이 기간에는 응답이 늦을 수 있습니다"라고 한 줄만 적어도 서로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요.
양쪽 다 미리 알리는 문화가 자리 잡으니 사흘씩 불안해하는 일이 줄어들었어요.
공휴일 캘린더를 하나로 통합했어요
그래서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여러 나라 공휴일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캘린더 서비스를 찾아서 구독했어요.
주요 클라이언트가 있는 나라들을 등록해두니 제 캘린더에 그 나라들 공휴일이 자동으로 표시됐어요. 더는 하나하나 검색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공휴일이 다가오면 알림도 오게 설정했어요. 그 주에 마감을 잡지 않거나, 미리 안내 메일을 보내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어요.
회사 자체 휴무일은 여전히 검색이 안 되니, 새 클라이언트와 계약할 때 아예 물어보는 걸로 정했어요. "혹시 회사 자체 휴무 기간이 있으신가요?"라고요.
이렇게 물어보는 게 실례가 될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꼼꼼하다는 인상을 줬어요. 미리 챙기는 사람으로 보인 거예요.
몇몇 클라이언트는 아예 자기 회사 캘린더 링크를 공유해주기도 했어요. 그걸 제 캘린더에 구독해두니 그다음부터는 물어볼 필요도 없어졌어요. 이렇게 공유받은 링크가 늘어나면서 제 캘린더는 점점 여러 나라의 리듬이 겹쳐진 지도처럼 변해갔어요.
마감을 잡을 때 공휴일부터 확인해요
이제는 새 프로젝트 마감을 정할 때 그 나라의 공휴일부터 확인해요. 마감 직전에 연휴가 끼면 일정을 아예 다시 짜요.
특히 결제 관련 요청은 공휴일 전후로 절대 안 보내요. 은행 업무가 그 기간엔 아예 멈추니, 보내봐야 처리가 안 되고 저만 애가 타니까요.
중요한 계약이나 협의는 양쪽 다 공휴일이 아닌 주간으로 미리 잡아요. 급한 결정을 그런 시기에 몰아넣지 않으려는 거예요.
그리고 제 쪽 연휴도 프로젝트 시작 전에 미리 캘린더에 공유해요. 나중에 놀라는 일이 없게요.
이렇게 미리 조율하고 나니 마감을 지키는 것도, 지키지 못했을 때 이해받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어요.
긴 연휴가 있는 달에는 아예 그 달의 업무량 자체를 조정해요. 무리하게 일정을 채우기보다 그 기간을 처음부터 여유로 잡아두는 거예요.
지금은 안 놀라요
정리하면 이래요. 저는 몇 년 동안 제 달력 기준으로만 세상이 돌아간다고 착각하고 있었어요.
여러 나라 클라이언트와 일하려면 제 달력 말고 상대의 달력도 봐야 한다는 걸 그 사흘의 초조함 끝에 배웠어요.
지금은 답이 며칠 없어도 크게 불안하지 않아요. 미리 캘린더로 확인하면 대부분 이유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이유를 모를 때만 진짜 문제가 있는 거고, 대부분은 그냥 그 나라의 하루였을 뿐이에요. 그 하루를 몰랐던 건 저였지, 상대가 잘못한 게 아니었어요.
혹시 해외 클라이언트의 갑작스러운 침묵 때문에 자주 불안하셨다면, 그 나라 공휴일부터 확인해보시길 권해요. 저는 그것만으로 쓸데없는 걱정이 훨씬 줄었어요. 상대의 침묵에는 대부분 이유가 있고, 그 이유의 상당수는 그저 그 나라의 달력이었어요.
'비즈니스 생산성 (Productivity)'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무료 상담 요청이 끝없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그어야 했던 상담의 경계선 (0) | 2026.09.09 |
|---|---|
|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업무 메시지들, 결국 툴 하나로 다 옮겼다 (0) | 2026.09.07 |
| 노트북이 하루아침에 꺼진 날, 백업 장비 없이 일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았다 (0) | 2026.09.04 |
| 회의 시간이 자꾸 헷갈렸어요: 타임존을 표시해 다시 짠 업무 캘린더 (1) | 2026.09.03 |
| 카드값에서 낯선 결제 항목을 발견한 날, 안 쓰는 구독료 절반을 껐다 (0) | 2026.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