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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라이프 (Nomad Life)

오사카에서 신발이 젖은 채로 하루를 보냈어요: 날씨가 일정이 된 뒤

by wellnomadness 2026. 4. 5.

오사카에서 첫날 흠뻑 젖었어요

몇 년 전 오사카에 갔을 때 일이에요. 도착한 다음 날 아침에 행사장에 갔는데 들어서자마자 비가 쏟아졌어요.

우산이 없었어요. 예보를 안 본 건 아니에요. 그날 오전은 괜찮다고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몇 시간 만에 바뀌더라고요.

신발이 젖은 채로 하루를 보냈어요.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옷은 어느 정도 마르는데 신발은 안 말라요. 오후 내내 발이 축축했고 그날 저녁에는 아무것도 못 했어요.

그날 저녁에 우산을 하나 샀어요. 그런데 그 우산이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었어요.

그날 아침에 숙소를 나설 때 하늘이 흐리긴 했어요. 그런데 그 정도는 늘 있는 일이라 그냥 나왔어요. 돌아보면 흐린 하늘을 보고도 아무 판단을 안 한 게 그날의 시작이었어요.

현지에서 우산을 사는 것도 그 자리에서는 쉽지 않았어요. 비가 오면 근처 가게에서 다들 같은 걸 찾으니까요. 결국 저녁에 숙소 근처까지 와서야 샀어요.


우산을 사고 버리기를 반복했어요

이동하며 살면 우산이 애매한 물건이에요. 가방에 넣으면 자리를 차지하고 손에 들면 짐이 하나 늘어요.

그래서 오랫동안 우산을 안 들고 다녔어요. 비 오면 그때 사면 되지 하고요. 실제로 그렇게 했고요.

그러다 보니 도시를 옮길 때마다 우산을 두고 왔어요. 몇 년 동안 산 우산이 몇 개인지 세어보지도 않았어요. 값으로 치면 좋은 우산 하나 값은 진작에 넘었을 거예요.

지금은 접히는 작은 걸 하나 넣어 다녀요. 자리를 조금 차지하지만 젖은 채로 반나절을 보내는 것보다는 나아요. 이걸 정하는 데 몇 년이 걸렸어요.

신발도 두 켤레를 가지고 다녀요. 한 켤레가 젖으면 다음 날 신을 게 있어야 하니까요. 이건 오사카 이후에 생긴 규칙이에요.

짐을 줄이는 걸 오래 신경 써왔는데 우산은 그 계산에서 늘 밀렸어요. 부피에 비해 쓰는 날이 적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쓰는 날의 손해가 크다는 건 계산에 안 넣고 있었어요.

가방도 그때 이후로 바꿨어요. 물이 좀 튀어도 안쪽이 젖지 않는 걸로요. 노트북이 들어 있으니 이건 우산보다 중요한 문제였어요.


열차가 멈춘 날

그 여행에서 하나 더 겪은 게 있어요. 다음 날 교토로 가려고 했는데 비 때문에 열차가 멈췄어요.

처음에는 역에서 기다렸어요. 곧 다시 다닐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안내가 계속 미뤄졌어요.

한 시간쯤 지나서 그날 교토는 접기로 했어요. 대신 그 자리에서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항구 쪽으로 갔어요.

결과적으로 그날이 그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아요. 계획했던 곳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간 곳이었는데요.

다만 이걸 교훈처럼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날은 운이 좋았던 거예요. 방향을 틀었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반나절을 그냥 보낸 날도 있었으니까요.

그 자리에서 제일 어려웠던 건 언제까지 기다릴지 정하는 거였어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것 같은 상태가 계속 이어지거든요. 지금은 한 시간을 기준으로 정해뒀어요. 그 안에 안 풀리면 그날 계획을 바꿔요.

그리고 그날 이후로 이동하는 날에는 다른 일정을 안 붙여요. 도착해서 뭘 하기로 해두면 늦어졌을 때 그것까지 밀리니까요. 이동만 하는 날로 비워두면 어긋나도 손해가 하루에서 멈춰요.

비 오는 날 창가 자리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일하는 모습


날씨가 기분이 아니라 일정이 됐어요

회사에 다닐 때는 날씨가 기분 문제였어요. 창밖에 비가 오면 좀 가라앉고 맑으면 좋고요. 어차피 사무실 안에 있으니까 하는 일은 똑같았어요.

지금은 달라요. 비가 오면 그날 제가 어디서 일할지가 바뀌어요. 이동이 막히고, 약속이 밀리고, 하려던 걸 못 해요.

그러니까 날씨가 배경이 아니라 그날의 조건이 된 거예요. 이 생활로 옮기고 나서 제일 늦게 알아차린 변화 중 하나예요.

한곳에 사는 분들은 이 차이를 잘 못 느끼실 것 같아요. 집과 일하는 자리가 정해져 있으면 비가 와도 하루의 모양이 같으니까요.

계절에 따라 미리 정해두는 것도 생겼어요. 비가 길게 오는 시기에 그 지역에 있게 되면 처음부터 밖의 일정을 적게 잡아요. 그 시기에 무리하게 계획을 세우면 절반은 못 지키더라고요.


비 오는 날은 앉을 자리가 없어요

구체적으로 제일 곤란한 게 뭐냐면 자리예요.

저는 숙소에서 일하기 어려운 날에 카페를 가요. 그런데 비 오는 날은 다들 같은 생각을 해요. 평소에 자리가 넉넉하던 곳이 그날은 꽉 차 있어요.

몇 군데를 돌다가 결국 안 좋은 자리에 앉게 돼요. 콘센트가 없거나 시끄러운 자리요. 그러면 그날 진도가 안 나가요.

그래서 지금은 비 예보가 있는 날은 아침에 일찍 나가요. 자리를 먼저 잡는 거예요. 아니면 아예 그날은 숙소에서 할 수 있는 일로 바꾸고요.

숙소를 고를 때도 이걸 봐요. 방에 일할 만한 책상이 있는지요. 예전에는 위치와 값만 봤는데, 비 오는 날이 며칠 이어지면 그 책상이 전부가 되더라고요.

카페 말고 다른 곳을 찾아본 적도 있어요. 도서관이나 공용 작업 공간 같은 데요. 그런데 그런 곳도 비 오는 날은 마찬가지예요. 사람이 몰리는 이유가 같으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자리를 두 곳 알아둬요. 평소에 가는 곳과 그곳이 꽉 찼을 때 갈 곳이요. 새 도시에 도착하면 며칠 안에 둘째 자리를 찾아둬요. 필요할 때 찾으면 늦어요.


지금은 날씨를 일정에 넣어요

한 주를 시작할 때 그 주 날씨를 같이 봐요. 옷을 정하려고 보는 게 아니에요.

밖에 나가야 하는 일과 안에서 해도 되는 일을 나눠두고, 맑을 것 같은 날에 밖의 일을 몰아요. 비 오는 날에는 안에서 되는 걸 배치하고요.

이렇게 하면 비가 와도 그날이 통째로 날아가지 않아요. 순서만 바뀌는 거예요.

물론 예보가 틀릴 때도 많아요. 오사카에서도 오전은 괜찮다고 했었잖아요. 그래도 아예 안 보는 것보다는 나아요.

일본처럼 비가 갑자기 오는 곳에서는 기상 당국 정보를 직접 보는 편이 나았어요. 일본 기상청 영문 페이지에서 시간대별 예보를 볼 수 있어요.

바람도 생각보다 크게 걸려요. 비는 우산으로 되는데 바람이 세면 우산이 소용없어요. 그런 날은 아예 안 나가는 쪽으로 정해요. 나가봐야 젖고 짜증만 나거든요.

더운 곳에서는 반대 문제가 있어요. 낮에 너무 더워서 밖을 못 다니면 그 시간이 통째로 비어요. 그래서 그런 지역에서는 이동을 아침이나 저녁으로 몰아요. 비와 더위는 다른데 일정에 미치는 영향은 비슷하더라고요.


예보를 보는 이유가 바뀌었어요

돌아보면 이 몇 년 동안 제일 많이 바뀐 건 예보를 보는 이유예요.

예전에는 오늘 뭘 입을지 정하려고 봤어요. 지금은 오늘 어디서 무엇을 할지 정하려고 봐요. 같은 화면을 보는데 찾는 게 다른 거예요.

그리고 비 오는 날을 미리 알면 그날에 대한 기대를 조정할 수 있어요. 저는 그게 제일 도움이 됐어요. 못 나가는 날인 걸 알고 시작하면 못 나갔다고 답답해하지 않게 되거든요.

그리고 날씨 때문에 못 한 일을 다음 날로 옮기는 걸 이제는 실패로 안 봐요. 예전에는 그날 계획을 못 지킨 걸로 셌거든요. 지금은 처음부터 그럴 수 있다고 두고 시작해요.

혹시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으시다면 한 주 예보를 일정과 같이 놓고 보시면 좋겠어요. 저는 오사카에서 신발이 젖은 채로 하루를 보내고 나서야 그렇게 하기 시작했어요. 우산을 안 챙긴 게 문제가 아니라 그날 일정을 날씨와 따로 짜둔 게 문제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