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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라이프 (Nomad Life)

도착 사흘째에 탈이 났어요: 새 도시 첫 사흘을 보내는 법

by wellnomadness 2026. 8. 8.

도착 사흘째에 탈이 났어요

새 도시에 도착하면 저는 그 지역 음식부터 찾아 먹어요. 그게 그곳에 왔다는 실감을 주거든요. 그런데 그 습관 때문에 여러 번 고생했어요. 한 번은 도착 사흘째 되는 날 밤부터 배가 뒤틀리기 시작했어요. 새벽 내내 화장실을 오갔고, 아침에는 일어설 힘도 없었어요. 하필 그날 오후에 화상 회의가 잡혀 있었는데, 취소 메일을 쓰는 손이 떨릴 정도였어요.

돌아보면 원인은 뻔했어요. 도착하자마자 사흘 동안 낯선 음식만 먹었고, 그중에는 길거리에서 산 것도 있었어요. 물도 그냥 수돗물을 마셨고요. 여행자에게 흔한 일이라고들 하지만, 막상 겪어보니 흔한 일로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이틀을 통째로 잃었고 일정도 밀렸어요.

그날 새벽에 제일 힘들었던 건 몸보다 상황이었어요. 낯선 숙소에서 혼자 앓는데 약도 없고, 문을 열고 나가도 어디에 약국이 있는지 몰랐어요. 그 시간에 문을 여는 곳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고요. 한국이었다면 편의점만 가도 해결됐을 일인데, 그 도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준비 없이 낯선 곳에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날 처음 제대로 실감했어요.


물부터 확인하게 됐어요

그 뒤로 새 나라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게 물이에요. 수돗물을 마셔도 되는 곳인지 아닌지는 지역마다 완전히 달라요. 저는 숙소 호스트나 동네 사람에게 직접 물어봐요. 검색보다 정확하거든요. 마셔도 된다고 하면 그냥 마시고, 애매하다는 답이 오면 생수를 사요.

주의할 게 하나 더 있는데, 물을 조심하는 곳에서는 얼음도 조심해야 해요. 저는 이걸 몰라서 생수만 마시면 되는 줄 알고 음료에 든 얼음은 그냥 먹었어요. 얼음은 대개 수돗물로 만들잖아요. 양치할 때 쓰는 물도 마찬가지고요. 물을 조심하기로 했으면 그 원칙을 끝까지 적용해야 한다는 걸 몇 번 배웠어요.

생수를 살 때도 요령이 생겼어요. 뚜껑이 봉인된 상태인지 확인하고 받는 거예요. 관광지에서 이미 열린 병을 받은 적이 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리고 숙소에 도착하면 큰 병으로 몇 개 사다 두고 물통에 덜어 다녀요. 매번 작은 병을 사는 것보다 싸고, 밖에서 급하게 아무 물이나 사 마시는 상황도 줄어요.

숙소 협탁에 놓인 생수병과 작은 상비약 봉지


사흘에 걸쳐 적응시켜요

음식에 대해서도 방식을 바꿨어요. 도착 첫날부터 낯선 것을 몰아서 먹지 않아요. 첫날은 익숙한 종류로 가볍게 먹고, 이틀째부터 하나씩 새로운 걸 시도해요. 이렇게 하면 문제가 생겨도 뭐가 원인인지 짐작할 수 있어요. 한꺼번에 다섯 가지를 처음 먹으면 나중에 아무것도 특정할 수 없거든요.

그리고 도착 직후 며칠은 익힌 음식 위주로 먹어요. 생채소 샐러드나 껍질을 안 벗기는 과일은 조금 지나서 시도해요. 씻는 데 쓴 물이 그대로 입으로 들어가니까요. 이건 제가 안전을 지나치게 챙기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틀을 잃고 나서는 첫 며칠만이라도 조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가게를 고르는 기준도 생겼어요. 손님이 많은 곳을 고르는 거예요. 회전이 빠르면 재료가 오래 방치될 일이 적으니까요. 특히 길거리 음식은 그 자리에서 익혀 바로 주는 곳만 먹어요. 미리 만들어 진열해 둔 것은 아무리 맛있어 보여도 첫 며칠에는 넘어가요. 현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이라면 대개 안심해도 되더라고요.

식사 시간대도 참고해요. 그 지역 사람들이 밥을 먹는 시간에 맞춰 가면 재료가 막 준비된 상태일 확률이 높아요. 반대로 한산한 시간에 들어가면 몇 시간 전에 만들어둔 걸 받게 되는 경우가 있고요. 나라마다 식사 시간이 다르니 도착 첫날 동네를 걸으며 언제 사람이 몰리는지 봐두면 도움이 돼요. 관광객이 많은 거리보다 주택가 골목이 이런 면에서는 더 정직했어요.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들

지금 제 가방에는 몇 가지 상비약이 늘 들어 있어요. 배탈이 났을 때 먹는 약과 수분을 보충하는 가루예요. 특히 이 수분 보충 가루가 도움이 됐어요. 심하게 앓고 나면 물만 마셔서는 회복이 느린데, 이걸 타서 마시면 확실히 빨리 돌아왔어요. 부피가 거의 없어서 짐에 부담도 없고요.

약은 익숙한 것으로 챙기는 게 좋아요. 나라마다 파는 약이 다르고 성분 표기도 그 나라 말로 되어 있어서, 아픈 상태로 낯선 약국에서 고르는 건 정말 힘들어요. 저는 한국이나 미국에서 늘 먹던 것을 조금씩 챙겨 다녀요. 다만 증상이 이틀 넘게 가거나 열이 함께 나면 약으로 버티지 말고 병원에 가야 해요. 저도 한 번 버티다가 더 크게 고생한 적이 있어요.


아플 때를 대비해 도착 첫날 하는 일

새 도시에 도착하면 저는 짐을 풀면서 가까운 약국과 병원 위치를 확인해요. 지도에 저장해 두는 데 이 분도 안 걸리는데, 막상 아픈 밤에는 이 정보가 정말 소중해요.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낯선 동네를 헤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들거든요. 밤에도 여는 약국이 있는지까지 봐두면 더 좋고요.

여행자 보험도 챙겨요. 예전에는 잘 안 들었는데 한 번 크게 아파본 뒤로는 꼭 가입해요. 나라에 따라 진료비가 상상 이상인 곳이 있고, 몸이 아픈 상태에서 비용 걱정까지 하면 판단이 흐려지거든요. 보험이 있으면 아플 때 망설이지 않고 병원에 갈 수 있어요. 그 망설임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값을 한다고 생각해요.

회복하는 동안의 식사도 요령이 있어요. 저는 심하게 앓은 다음 날 배가 고프다고 원래대로 먹었다가 다시 탈이 난 적이 있어요. 그 뒤로는 하루 정도는 죽이나 국물처럼 부담 없는 것으로 지내요. 낯선 도시에서 죽을 구하기 어려우면 흰쌀밥에 국물만 있어도 충분해요. 몸이 회복 중일 때는 새로운 것을 다시 시도할 때가 아니에요.


호기심과 조심 사이에서

낯선 음식을 먹는 건 새 도시에서 누리는 가장 큰 즐거움이에요. 그걸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도착 직후 며칠만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그 즐거움을 오래 누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흘만 지나면 몸이 어느 정도 적응하고, 그때부터는 마음껏 먹어도 탈이 잘 안 나요.

이틀을 앓고 나면 여행이든 일이든 일정이 통째로 흔들려요. 특히 혼자 일하면 아픈 날을 대신해 줄 사람이 없어서 손실이 그대로 남고요. 새 도시의 첫 사흘만 조금 신중하게 보내세요. 그 사흘이 나머지 몇 달을 편하게 만들어줘요.

지금도 저는 새로운 곳에 가면 시장이든 골목 식당이든 다 찾아다녀요. 달라진 건 순서뿐이에요. 도착하자마자 달려드는 대신 며칠 몸이 자리를 잡을 시간을 주는 거죠. 그렇게 하고부터는 크게 앓은 적이 없어요. 낯선 음식을 즐기려면 그걸 감당할 몸부터 챙겨야 한다는 게, 여러 번 아프고 나서 얻은 결론이에요.

그리고 아플 때를 대비해 일정에 여유를 두는 것도 방법이에요. 저는 새 도시에 도착한 직후 며칠은 중요한 회의나 마감을 잡지 않아요. 시차 적응도 필요하고, 혹시 탈이 나더라도 하루 이틀은 감당할 수 있게요. 예전에는 도착하자마자 일정을 빡빡하게 채웠는데, 한 번 크게 앓고 나서 방식을 바꿨어요. 여행이 아니라 일하러 가는 것이라면 도착 직후의 여백이 오히려 전체 일정을 지켜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