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계속 칼칼했던 캘리포니아의 방
캘리포니아에 머물 때였어요. 숙소에 들어간 첫날부터 목이 이상하게 칼칼했어요. 물을 아무리 마셔도 그때뿐이었어요.
며칠 지나니 눈도 뻑뻑해지기 시작했어요. 모니터를 오래 보면 따갑고, 아침에 일어나면 피부도 당기는 느낌이었어요. 입술도 자꾸 텄고, 코 안쪽도 건조해서 아침마다 살짝 따가웠어요.
처음엔 그냥 낯선 환경 탓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불편함이 며칠이 지나도 가시질 않았어요. 오히려 오후로 갈수록 집중력이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졌어요.
숙소 주인에게 물어보니 그 지역은 원래 건조하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어요. 거기에 냉난방까지 계속 돌아가니 실내 공기가 더 메말라 있었던 거예요. 창밖 날씨는 화창하고 쾌적해 보이는데, 정작 그게 실내 공기를 더 메마르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게 아이러니했어요.
그제야 이게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목과 눈이 불편한 채로는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게 제대로 될 리가 없었어요.
피부도 당기다 못해 각질이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로션을 아무리 발라도 금방 다시 건조해졌어요. 몸 여기저기서 동시에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셈이에요.
습도계부터 하나 사봤어요
정확히 얼마나 건조한 건지 궁금해서 작은 습도계를 하나 샀어요. 숫자를 보고 놀랐어요. 실내 습도가 30% 아래로 떨어져 있었어요.
평소 신경도 안 쓰던 숫자였는데, 막상 눈으로 확인하니 그동안의 불편함이 이해가 됐어요. 그 정도면 목이 칼칼하고 눈이 뻑뻑한 게 당연했어요. 숫자 하나로 막연했던 불편함이 이렇게 명확하게 설명될 줄은 몰랐어요.
근처 마트에 가서 가습기를 찾아봤어요. 종류가 생각보다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어요. 디자인만 보고 고를 뻔했는데, 다행히 사기 전에 종류부터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원에게 물어보니 초음파식과 가열식으로 크게 나뉜다고 했어요. 초음파식은 조용하고 전력을 덜 먹고, 가열식은 물을 끓이는 방식이라 세균 걱정은 덜하지만 소음이 좀 있다고 했어요. 두 가지를 직접 켜서 소음까지 비교해보고서야 결정할 수 있었어요.
이동하며 지내는 입장이라 조용하고 다루기 쉬운 초음파식으로 골랐어요. 탱크 용량도 너무 작으면 자주 채워야 할 것 같아서 중간 크기로 선택했어요.
계산대에서 점원이 필터 교체 주기도 알려줬는데, 그때는 대충 흘려들었어요. 나중에 며칠 쓰고 나서야 그 말이 왜 중요했는지 알게 됐어요.
가습기를 켜고 나서 바로 달라졌어요
숙소로 돌아와 바로 가습기를 켰어요. 몇 시간 지나니 습도계 숫자가 조금씩 올라가는 게 보였어요.
그날 밤 잘 때부터 목 상태가 확실히 달랐어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칼칼함이 훨씬 덜했어요. 눈도 그렇게까지 뻑뻑하지 않았어요. 코 안쪽의 그 따가운 느낌도 하루 만에 눈에 띄게 줄었어요.

며칠 써보니 오후에 찾아오던 그 멍한 느낌도 줄어들었어요. 정확히 뭐가 원인인지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컨디션이 나았어요. 커피를 마셔도 안 풀리던 그 멍함이 습도 하나로 나아졌다는 게 신기했어요.
습도계 숫자를 아침저녁으로 확인하는 게 새로운 습관이 됐어요. 너무 낮으면 가습기를 더 틀고, 너무 높다 싶으면 창문을 살짝 열어 환기했어요.
일주일쯤 지나니 습도를 45에서 60 사이로 유지하는 게 저한테 제일 편하다는 감이 왔어요. 그 구간을 벗어나면 목이나 눈이 먼저 반응했어요.
관리가 은근히 손이 갔어요
편해지긴 했는데 손이 안 가는 건 아니었어요. 며칠 지나니 물통 안쪽에 하얀 물때 같은 게 끼기 시작했어요.
그냥 뒀다가는 오히려 세균이 자랄 것 같아서 이틀에 한 번은 물통을 씻었어요. 분리가 잘 안 되는 구조라 안쪽 구석구석 닦는 게 은근히 번거로웠어요.
다음에 가습기를 살 일이 있으면 분리와 세척이 쉬운 제품으로 골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편리함만 보고 골랐다가 관리에서 발목을 잡힐 줄은 몰랐어요. 물때가 낀 채로 계속 틀었다가는 오히려 그 물방울을 그대로 들이마시는 셈이라, 이건 절대 대충 넘길 부분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물통 씻는 5분과 목이 칼칼한 하루를 비교하면, 그 정도 수고는 감수할 만했어요.
필터도 점원이 알려준 주기보다 조금 늦게 갈았더니 물비린내가 났어요. 그제야 계산대에서 들었던 그 설명이 대충 흘려들을 게 아니었다는 걸 알았어요.
이제는 숙소를 정할 때 기후부터 확인해요
그 뒤로 새 숙소를 예약할 때 그 지역이 건조한 곳인지부터 검색해봐요. 건조 지역이면 도착 첫날 바로 가습기부터 구하는 걸 우선순위에 둬요.
작은 휴대용 습도계도 짐에 챙겨 다녀요. 부피가 크지 않아서 캐리어에 넣어도 부담 없어요. 도착하자마자 숫자부터 확인하는 게 이제는 자연스러운 순서가 됐어요. 숫자가 괜찮으면 그날은 마음 놓고 짐부터 풀고, 낮으면 가습기 구하는 걸 제일 먼저 처리해요.
가습기를 매번 새로 사는 것도 낭비다 싶어서, 요즘은 소형 접이식 제품을 하나 들고 다녀요. 성능은 예전 것만 못해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요.
필터 교체 주기도 이제는 휴대폰 캘린더에 미리 등록해둬요. 그때 점원 말을 흘려들었던 걸 반복하고 싶지 않았어요.
작은 습도 하나가 컨디션을 바꿨어요
돌아보면 목이 칼칼했던 그 며칠은 별거 아니라고 넘길 수도 있었던 문제였어요. 그런데 그 작은 불편이 쌓이니 하루 전체의 컨디션에 영향을 주고 있었어요.
지금은 어느 도시에 가든 습도부터 챙겨요. 화려한 장비보다 이런 기본적인 환경 하나가 하루의 질을 더 크게 좌우한다는 걸 그 캘리포니아의 방에서 배웠어요. 그 며칠의 칼칼함이 아니었다면 습도라는 단어를 이렇게까지 신경 쓰며 살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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