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골목1 지도를 끄고 바람이 미는 쪽으로: 프라하 골목을 걸었던 오후 그날은 노트북을 두고 나왔어요프라하에 머물던 어느 오후, 저는 처음으로 노트북을 숙소에 두고 나왔어요. 평소의 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어디를 가든 가방에 노트북이 들어 있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거든요. 그날은 창문을 열어놨는데 바람이 방 안까지 들어왔어요. 프라하성 쪽에서 구시가지로 내려가는 방향의 바람이었어요. 그 바람을 맞고 있으니 문득 아무 데도 정하지 않고 그냥 걷고 싶어졌어요. 지도 앱도 켜지 않았어요. 어차피 길을 잃어도 저녁에 돌아올 숙소 이름만 알면 되니까요. 휴대폰은 주머니에 넣고 손은 비운 채로 나섰어요. 지난 이십 년 동안 저는 늘 목적지를 정하고 최단 경로를 계산하며 움직이는 사람이었어요. 어디를 가든 몇 시까지 무엇을 하고 다음은 어디로 갈지가 머릿속에 짜여 있었어요. 여.. 2026. 4.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