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기도 전에 거울을 보고 한숨부터 나왔어요. 분명히 손짓까지 하며 부탁한 길이보다 훨씬 짧게 잘렸어요.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새 도시에서의 첫 미용실 방문은 이번에도 실패였어요. 몇 달은 지나야 원래 길이로 다시 자랄 텐데 그 몇 달이 벌써 아득했어요.
사진으로 설명해도 결과가 달랐다
이번엔 나름대로 단단히 준비를 좀 했어요. 며칠에 걸쳐 여러 사이트를 뒤지며 원하는 스타일 사진을 몇 장 찾아서 보여줬어요. 그런데도 결과물은 사진과 많이 달랐어요. 심지어 사진 속 모델의 나라와도, 이 도시와도 머릿결 자체가 달랐던 셈이에요.
사람마다 타고난 모발 질감과 굵기가 다르니 같은 사진을 보여줘도 나오는 모양이 다르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제 머릿결에 맞게 알아서 조정해서 잘랐다고 설명했는데, 정작 제가 원했던 느낌은 전혀 아니었어요.
모발 굵기와 곱슬 정도에 따라 같은 스타일도 완전히 다르게 나온다는 걸 그 미용실에서 처음 설명받았어요. 한국에서는 미용사가 알아서 조정해줬는데, 여기서는 제가 먼저 설명해야 했어요.
언어 문제도 있었어요. "층을 조금만"이라고 했는데 그 정도가 서로 다르게 이해됐어요. 미용 용어는 일상 회화와 또 달라서 번역기로도 정확히 전달이 안 됐어요. "조금", "살짝" 같은 부사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걸 이럴 때마다 절감했어요.
몸짓으로 손가락을 벌려 길이를 보여줘도 실제로 자르는 손길은 미용사의 감각을 따라갔어요. 결국 매번 제가 생각한 길이와 실제 결과 사이에 차이가 났어요. 손가락 두 마디라고 생각한 게 미용사에게는 한 마디로 읽히는 식이었어요.
사각사각 가위질 소리가 예상보다 많이 들릴 때마다 속으로 조마조마했어요. 그렇다고 중간에 멈춰달라고 하기도 애매해서 그냥 눈을 감고 있었던 적도 있어요.
이런 일을 몇 번 겪으니 미용실 가는 날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머리가 자라는 게 반가운 게 아니라 걱정되는 일이 됐어요. 예약 시간이 다가올수록 괜히 긴장이 됐어요.
한 번은 아예 말이 안 통할까 봐 사진만 들이밀고 한마디도 안 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아무 요청도 안 하니 미용사가 자기 판단대로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잘라버렸어요. 제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번역 앱으로 문장을 미리 만들어 가기도 했어요. 그런데 화면을 보여주면 미용사가 그 문장을 소리 내어 읽고 되묻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대화가 더 길어지고 어색해졌어요.
파마나 염색처럼 손이 많이 가는 큰 시술은 더욱더 무서웠어요. 몇 시간이 걸리는데 중간에 마음에 안 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도 멈추라고 말하기가 어려웠어요.
리뷰만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미리 리뷰를 찾아보고 갔어요. 평점 높은 곳으로 골랐는데도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별 다섯 개짜리 후기만 믿고 간 게 문제였을까 싶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리뷰들은 현지인 모발 기준이었어요. 제 머릿결이나 원하는 스타일과는 기준 자체가 달랐던 거예요.
외국인이 많이 가는 미용실을 찾아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런 곳은 관광객 대상이라 가격이 몇 배는 비쌌어요. 한 번 방문에 며칠 치 생활비가 나가는 셈이라 자주 갈 수도 없었어요.
SNS에서 한인 미용사를 찾는 방법도 써봤어요. 있는 도시에서는 확실히 만족도가 높았어요. 그런데 모든 도시에 있는 건 아니었어요.

한인 미용사가 없는 도시에서는 결국 다시 현지 미용실 중 하나를 골라 도박하듯 시도해야 했어요. 매번 새로 카드를 뽑는 기분이었어요. 운이 좋으면 성공이고 아니면 몇 달을 감수하는 식이었어요.
가격도 천차만별이었어요. 저렴한 곳은 결과가 불안했고, 비싼 곳이라고 꼭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었어요. 가격과 실력이 항상 비례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동네 골목의 허름한 가게가 의외로 손끝이 좋았던 적도 있어요.
미용실 앞을 지나갈 때마다 안을 슬쩍 들여다보는 버릇도 생겼어요. 손님 머리 스타일이나 분위기를 보고 감을 잡아보려는 나름의 방법이었어요.
예약 문화도 달랐어요. 어떤 도시는 예약 없이 가도 됐고, 어떤 도시는 몇 주 전에 예약해야 원하는 미용사에게 받을 수 있었어요. 이걸 몰라서 문 앞에서 돌아온 적도 있어요.
팁 문화도 도시마다 달라서 매번 헷갈렸어요. 어떤 곳은 팁이 당연했고, 어떤 곳은 오히려 실례가 되기도 했어요. 계산할 때마다 눈치를 봐야 했어요.
한 번은 리뷰에 사진이 실제와 다르게 보정된 걸 나중에 알았어요. 조명과 각도로 결과물이 훨씬 좋아 보이게 찍은 거였는데, 그걸 모르고 기대했다가 실망이 더 컸어요.
지금은 나만의 기준을 세웠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나름의 방법을 만들었어요. 첫째, 새 도시에 도착하면 바로 자르지 않아요. 최소 한 달은 버티면서 미용실을 물색해요.
둘째, 사진 대신 정확한 숫자로 말해요. "5센티만 잘라주세요" 같은 식으로요. 스타일 이름이나 형용사보다 숫자가 오해를 훨씬 줄여줬어요.
셋째, 처음 가는 곳에서는 늘 조금만 덜 잘라달라고 부탁해요. 마음에 안 들어도 다시 다듬을 여지를 남겨두는 거예요. 너무 짧게 잘리면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조금 아쉬운 정도가 크게 실망하는 것보다는 늘 나았어요.
넷째, 마음에 드는 곳을 찾으면 그 도시에 있는 동안은 무조건 그 미용사에게만 가요. 다시 새로운 곳을 시도하는 모험은 안 해요. 한 번 맞는 곳을 찾으면 그 인연을 최대한 오래 붙잡는 쪽이 훨씬 마음 편했어요.
그리고 그 미용사와 잘 맞으면 다음에 다른 도시로 옮길 때를 대비해서 원하는 스타일의 사진과 제가 썼던 표현들을 메모해둬요. 다음 도시에서 새로 설명할 때 참고하려고요. 이 메모장은 이제 도시를 옮길 때마다 꼭 챙기는 자료가 됐어요.
일곱째,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면 그 미용실 이름과 위치, 담당자 이름을 사진으로 꼭 남겨둬요. 같은 도시에 다시 돌아올 일이 생기면 헤매지 않고 바로 찾아갈 수 있게요.
이 방법을 정하고 나서는 실패 확률이 확실히 줄었어요. 완벽하진 않지만 예전처럼 매번 도박하듯 자르지는 않게 됐어요.
다섯째, 파마나 염색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시술은 그 도시에 자리 잡고 최소 두세 번 방문한 미용사에게만 맡겨요. 처음 가는 곳에서는 커트 정도만 시도해요.
여섯째, 예약이 필요한 도시인지 아닌지도 도착 첫 주에 미리 물어봐서 확인해둬요. 다음에 갈 때 헛걸음하지 않으려고요.
이렇게 몇 가지 기준을 세우고 나니 미용실 가는 날이 예전만큼 두렵지 않아요. 여전히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적어도 큰 사고는 안 나요. 예약을 잡을 때 손이 떨리던 것도 이제는 많이 사라졌어요.
머리카락은 다시 자란다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마음에 안 드는 머리로 몇 주를 지내는 건 매번 힘들었어요. 지금은 새 도시에 가면 숙소나 은행 업무만큼이나 미용실 찾기도 중요한 할 일 목록에 넣어둬요. 반년이 걸리든 두 달이 걸리든, 맞는 곳을 찾을 때까지는 짧게 자르지 않는 게 제 나름의 안전장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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