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서를 보낸 지 사흘 만에 클라이언트가 좋다고 답했어요. 그런데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직전, 환율이 눈에 띄게 움직여 있었어요.
견적서를 보낼 때마다 환율부터 확인한다
해외 클라이언트와 일할 때는 보통 그쪽 화폐로 금액을 부르거나 달러로 통일해서 받아요. 문제는 그 금액이 결국 제가 실제로 쓰는 화폐로 환전된다는 거예요.
견적서를 쓰는 그 순간의 환율과, 실제로 대금이 들어오는 몇 주 뒤의 환율이 같다는 보장이 없어요. 그 사이에 환율이 오르내리면 제가 손에 쥐는 돈이 달라져요.
처음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을 때는 이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냥 숫자만 보고 견적을 불렀어요.
그런데 몇 번 겪어보니 이게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걸 알았어요. 어떤 달은 환율 덕에 예상보다 많이 받았고, 어떤 달은 반대로 손해를 봤어요.
특히 프로젝트 기간이 긴 일일수록 이 문제가 더 커졌어요. 계약할 때와 잔금을 받을 때 사이에 몇 달이 걸리는 일도 있었으니까요.
한 번은 6개월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계약금과 잔금 사이에 환율이 크게 반대로 움직인 적도 있어요. 계약금 받을 때는 유리했는데 잔금 받을 때는 그 이득을 다 까먹고도 손해가 났어요.
그래서 요즘은 견적서를 쓰기 전에 항상 최근 며칠간의 환율 흐름부터 확인해요. 오르는 추세인지 내리는 추세인지 대략이라도 파악하고 시작해요.
환율 앱 알림도 몇 개 설정해뒀어요. 특정 수치를 넘으면 알림이 오게 해서, 큰 변동이 있을 때 바로 알 수 있게요.
그렇다고 매번 환율에 맞춰 금액을 바꾸는 건 아니에요. 다만 지금이 유리한 시점인지 불리한 시점인지 정도는 알고 협상에 들어가려고 해요.

거래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아예 계약서에 기준 환율을 명시하기도 해요. 그날그날 흔들리는 숫자에 매번 휘둘리고 싶지 않아서 만든 방법이에요.
환율을 아예 무시하고 살 수 없다는 것도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회사에 다닐 때는 월급이 항상 같은 통화로, 같은 날짜에 들어왔으니 이런 고민 자체가 없었어요.
지금은 매달 실제로 들어온 금액과 처음 견적 냈던 금액을 따로 기록해둬요. 그 차이가 쌓이면 한 해 전체로 봤을 때 얼마나 되는지 감이 잡히니까요. 표로 정리해보니 어떤 달은 손해, 어떤 달은 이득이라 결국 평균에 수렴한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이번엔 계약 직전에 환율이 크게 움직였다
그날도 평소처럼 견적서를 보냈어요. 클라이언트가 검토하는 데 며칠이 걸린다고 해서 그냥 기다리고 있었어요.
사흘 뒤 좋다는 답이 왔어요.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마지막으로 금액을 다시 확인하는데, 환율이 그새 꽤 크게 움직여 있었어요.
제가 쓰는 화폐 기준으로 계산해보니 처음 견적을 냈을 때보다 실수령액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상황이었어요. 사흘 만에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은 몰랐어요.
계약서에는 이미 달러 금액이 명시돼 있었어요. 그 숫자 자체를 바꾸자고 하기는 애매한 타이밍이었어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이미 합의된 금액이었으니까요.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자니 이번 프로젝트 규모가 꽤 커서 차액도 무시할 수 없는 액수였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한참 고민했어요.
몇 년 전이었다면 그냥 참고 넘어갔을 거예요. 그런데 이번엔 그 차액이 한 달 생활비에 맞먹는 수준이라 그럴 수가 없었어요. 숫자를 몇 번이고 다시 계산해봤지만 결과는 똑같았어요.
동료 프리랜서에게 이런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물어봤어요.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한 번쯤 해봤다고 했고, 몇 가지 방법을 알려줬어요. 어떤 분은 아예 매달 정해진 날짜에만 환전한다고 했고, 어떤 분은 환율 변동분만큼만 따로 계산해서 청구한다고 했어요.
그중 하나가 계약서 자체에 환율 조항을 넣는 방식이었어요. 이번 건에는 이미 늦었지만, 다음부터는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이번 건은 클라이언트에게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조율해보기로 했어요.
메일을 쓰는 데만 한참 걸렸어요. 돈 얘기를 먼저 꺼내는 게 늘 조심스러운데, 이미 합의된 금액을 다시 얘기해야 하니 더 신경이 쓰였어요.
몇 번을 고쳐 쓰다가 결국 있는 그대로 상황을 설명하는 쪽으로 정리했어요. 괜히 돌려 말하다가 오해를 사는 것보다는 그게 낫겠다 싶었어요.
결국 다음 계약부터 조항을 넣기로 했다
클라이언트에게 사정을 설명했어요. 환율 변동으로 실수령액에 차이가 생겼다고, 이번 건은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진행하지만 다음부터는 조건을 조정하고 싶다고요.
다행히 클라이언트도 이해해줬어요. 오히려 자기 쪽에서도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있다며, 앞으로는 계약서에 관련 조항을 넣자고 먼저 제안해줬어요. 답장을 받고 나서야 며칠간 쌓였던 긴장이 조금 풀렸어요.
그렇게 새로 만든 계약서에는 환율이 일정 범위 이상 움직이면 금액을 재협상한다는 조항을 넣었어요. 딱딱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서로 예측 가능한 게 결국 더 편했어요.
이번 건의 차액은 결국 반반씩 나누기로 합의했어요. 완벽한 해결은 아니었지만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선이었어요.
그 뒤로 새로운 계약을 맺을 때마다 이 조항을 기본으로 넣어요. 처음엔 클라이언트가 낯설어하기도 하는데, 이유를 설명하면 대부분 수긍해줘요. 간혹 왜 이런 게 필요하냐고 되묻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땐 이번 경험을 짧게 얘기해주면 대부분 바로 이해해요.
환율 변동 폭이 작은 프로젝트에는 굳이 이 조항을 강조하지 않아요. 금액이 크고 기간이 긴 일에만 선별적으로 적용해요.
일부는 아예 환전 수수료가 적은 결제 방식을 먼저 제안해오기도 했어요. 이런 걸 먼저 챙겨주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그 자체로 신뢰가 더 쌓여요.
지금은 계약서 양식에 이 조항을 기본값으로 넣어뒀어요. 매번 새로 쓰지 않아도 되니 협상 과정도 한결 간단해졌어요.
환전 수수료가 적은 계좌를 새로 만든 것도 이번 일의 부수적인 소득이었어요. 예전엔 그냥 쓰던 은행을 계속 썼는데, 알아보니 수수료 차이가 생각보다 컸어요.
몇 군데를 비교해보고 수수료가 제일 낮은 곳으로 주 계좌를 옮겼어요. 이 작업만으로도 매달 나가던 손해가 조금씩 줄었어요. 진작 이걸 비교해봤어야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몇 년을 그냥 넘겨온 게 새삼 아까웠어요.
그 사흘 사이의 환율 변동이 아니었다면 저는 여전히 견적서에 숫자만 채워 넣고 있었을 거예요. 손해를 본 만큼 배운 것도 있어서, 지금은 그 경험을 계약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계기로 삼고 있어요. 다음 계약서를 쓸 때마다 그 사흘이 떠올라, 이제는 숫자 하나도 예전처럼 가볍게 넘기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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